러-우 전쟁으로 천연가스 가격 오르는데 가스요금 억제해…소비자 에너지 사용 절제 못하면서 가스공사 미수금 폭증…미수금도 자산으로 인식 악순환 연속…결국 금융부채 늘어나고 순이자비용만 1조 5천억원 넘어

ⓒ김창숙 기자

한국가스공사의 재무구조가 최근 5년(2019~2023년) 동안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최근 가스공사에 대해 감사 결과를 내놨는데 재무구조를 분석한 결과 가격 왜곡 현상이 발생해 에너지 위기 시기에 소비 절감을 유도하지 못해 공사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며 지적했다.

감사원의 이 같은 지적은 가스공사가 러-우 전쟁으로 가스요금이 상승하는데도 서민 부담 완화를 이유로 가스요금을 억제하기만 할 뿐 소비자들의 에너지 사용을 절제시키려는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가스공사의 2023년 기준 손익 현황을 살펴보면 천연가스 판매 등으로 인한 매출액은 44조 5559억원, 천연가스 도입 및 주배관 구축비용 등 영업수익은 43조 25억원으로 영업이익은 총 1조 5534억원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공사는 해마다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이 발생(2022년 2조4634억원)했지만 2023년의 경우 순이자비용만 1조 5615억원이 발생하는 등 최종적으로는 7474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감사원이 분석한 가스공사 순익구조의 특이사항은 ‘미수금’에 있었다. 공사는 2021년 이후 에너지 가격 상승 국면에 맞닥뜨렸음에도 불구하고 민수용 도시가스요금의 인상을 32번의 조정기회 중 22번씩이나 의도적으로 유보시켰다.

이 때문에 민수용 원료비 미수금은 19년 1조 2817억원에서 23년은 13조 110억원으로 10배 이상 증가됐는데도 미수금을 손실이 아닌 자산으로 회계 처리해 이 같은 대규모 미수금 발생에도 당기순이익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었다.

가스공사는 19년부터 23년까지 5년간 총 158조 9천억원을 투입해 1억7900만톤을 도입하는 가운데 톤당 도입단가의 경우 19년 60만원, 20년 48만원, 21년 66만원, 22년 147만원, 23년 112만원 등 5년간 87%가 상승했다.

이에 발전용 기준 판매 실적 또한 19년 72만원인 톤당 판매단가가 20년 56만원으로 하락했으나 21년 74만원에서 22년 157만원, 23년 142만원까지 올라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96.1% 상승했다.

그러나 민수용의 경우 가스공사가 연동제를 적용하지 않으면서 도입원가가 가스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민수용 톤당 판매단가는 19년 77만원에서 20년 76만원, 21년 70만원, 22년 81만원, 23년은 102만원에 불과했다.

민수용 역시 상승하는 형태를 띠고는 있으나 가스공사의 도입단가가 19년 대비 23년 66만원→112만원(87%), 발전용 판매단가가 72만원→142만원(96.1%)인 반면 민수용 판매단가는 같은 기간 77만원→102만원으로 고작 31.9% 오른 게 전부다.

그럼에도 가스공사의 자산은 2019년 39조 3118억원에서 2023년 57조 2546억원으로 45.6%가 증가했다. 특히 22년에는 21년 대비 자산이 18조7550억원 증가했는데 여기서 미수금 증가가 오히려 자산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했다.

가스공사는 이처럼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해도 당기순이익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요금회수 지연으로 금융부채가 증가하면서 부채비율은 19년에서 23년 382.6%→482.7%로 100.1%p나 증가했다.

금융부채 또한 19년 28조 7875억원에서 23년 44조 6981억원으로 15조 9106억원(55.3%)이나 늘었다. 이는 민수용 미수금을 마냥 자산으로만 인식하면서 방치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에 기획재정부도 2022년 6월 30일 가스공사를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해 재정건전화계획을 수립하면서 22년 437.3%인 부채비율을 26년 196.9%로 낮추기로 했는데 23년 부채비율이 482.7%로 계획한 364.8%에 크게 못 미쳤다.

국제적으로 봤을 때 주택용 천연가스 가격의 경우 프랑스, 독일, 영국은 20년 대비 22년 각각 31.98원/MJ, 28.27원/MJ, 19.48원/MJ에서 40.21원/MJ, 48.99원/MJ, 42.2원/MJ로 25.73%에서 116.63%까지 크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OECD 평균도 19.42원/MJ에서 30.29원/MJ로 55.97% 상승한 반면 한국은 20.06원/MJ에서 20.87원/MJ로 겨우 4.03% 증가한 게 전부라 과도하게 요금을 억제한 측면이 강하다.

그 결과 국제적으로 천연가스 비용이 비쌌던 21년 대비 22년 발전용 수요는 2373만톤에서 2309만톤으로 64만톤이 감소한 반면 민수용 수요는 1174만톤에서 1241만톤으로 67만톤이 오히려 증가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회계 전문가 A씨는 “가스공사가 지금과 같은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수금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미수금이 자산이 되니 이로 인한 금융부채가 누적돼 결과적으로는 손실로 돌아서게 된다”고 말했다.

에너지 전문가 B씨는 “국제적으로도 천연가스가 오를 때는 같이 민수용 요금을 올려 에너지 소비를 억제시킨다”며 “그러나 가스공사는 오히려 요금을 억제해 소비를 진작시키니 이처럼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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