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부터 폐기물 처분까지...완벽한 원전 밸류체인 구축...시민사회 “안전성 우려” 지적
오는 6월 하순 한국수력원자력의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건설 최종 입지 선정을 앞두고, 경북 경주시가 글로벌 SMR 시장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를 자처하며 유치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일 경주시는 언론인 간담회를 열고 이미 구축된 압도적인 원자력 산업 인프라와 그간 국책 사업을 통해 검증된 시민 수용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대한민국이 원전 강국으로 재도약하기 위한 최적지가 경주임을 강조하며 본격적인 여론전에 돌입한 경주시의 청사진과 그 이면에 제기되는 시민단체의 우려를 종합적으로 짚어본다.
◇ "골든타임을 잡아라"… 세계 유일의 SMR 밸류체인 완성
경주시가 이번 유치전에서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우는 무기는 '속도'와 '완벽한 산업 생태계'다.
현재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원전 선진국들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SMR 실증 일정을 앞다투어 당기고 있는 상황이다.
경주시는 글로벌 주도권 경쟁에서 한국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즉시 사업 착수가 가능한 유일한 도시인 경주에서 초도호기 실증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경주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완전한 원전 밸류체인을 갖추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이미 가동 중이며, SMR 설계와 연구의 전초기지가 될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조성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SMR 국가산업단지 조성까지 확정되면서, '연구 및 개발(R&D)-실증(1호기)-제조 및 양산(국가산단)-폐기물 처분'으로 이어지는 일원화된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시는 이러한 집적화된 인프라가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고 물류 및 관리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는 등 타 지역이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인 경제적 이점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 포항 철강벨트 시너지와 '선(先) 경주 실증'의 합리적 로드맵
타 산업과의 융합을 통한 '메가톤급' 시너지 창출도 핵심 기대 효과다.
경주에 들어설 SMR 1호기는 단순히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를 넘어, 인접한 포항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공정에 필수적인 고온의 열과 청정 수소를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에너지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는 국가 철강 산업의 탄소 중립 시기를 앞당기는 동시에, 경주와 포항을 아우르는 경북 동해안권 전체의 경제 체질을 혁신하는 동력이 될 전망이다.
안정적인 산업 안착을 위해 경주시는 가용한 원전 인프라가 집중된 경주에서 먼저 1호기를 건설해 안전성과 경제성을 완벽히 검증한 뒤, 이를 바탕으로 타지역에 순차적으로 보급하자는 '선(先) 경주 실증, 후(後) 전국 확산' 모델을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더불어 680MWe 규모의 SMR 1호기를 80년간 운영할 경우, 지자체는 특별지원금과 지역자원시설세 등을 합쳐 약 7,800억 원 규모의 막대한 법정지원금을 확보할 수 있어 지역 재정 자립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검증된 수용성" vs "부풀려진 경제성과 미검증 기술의 한계"
사업 성패의 최대 변수인 '주민 수용성'에 대해 경주시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다.
지난 60여 년간의 원전 운영 이력과 더불어,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빚었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및 맥스터(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증설 등을 성공적으로 유치해 낸 시민들의 성숙한 이해도가 이미 검증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전망 이면에는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뼈아픈 지적과 반발이 자리하고 있다. 반대 단체들이 제기하는 비판은 크게 경제성 과장, 안전성 우려, 절차적 문제로 압축된다.
먼저 경주환경운동연합 등은 시가 홍보하는 '7,800억 원 지원금'이 비현실적인 가동률(90%)과 80년 운전을 전제로 부풀려진 수치라고 반박한다.
SMR 특유의 출력 조절 기능과 초도 도입 기술의 불안정성을 고려하면 실제 가동률은 70% 이하가 합리적이며, 이 경우 연간 지원금은 시의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48억 원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근본적인 안전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시민단체는 SMR이 아직 공학적 실체가 없는 설계 단계의 기술로 안전성이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충분한 실증을 거치지 않은 최초의 핵시설을 경주에 들이는 것은 결국 시민들을 미검증 기술의 실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행위라는 것이다.
결국 6월로 예정된 i-SMR 1호기 최종 입지 선정의 성패는 압도적인 인프라를 갖춘 경주시가 시민사회의 날 선 우려와 불신을 얼마나 투명하게 해소하고, 진정한 의미의 지역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