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호 구미김천 취재부장
◇행정 구역이라는 ‘박제된 경계’가 성장을 가로막다
지금 구미와 김천이 벌이는 인구 유치전은 냉정히 말해 ‘제 살 깎아먹기’다. 구미 공단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김천의 신축 아파트에 살며 구미로 출근하는 구조는 이미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인 지 오래다. 그럼에도 행정 구역이 나뉘어 있다 보니 도서관 이용부터 복지 혜택, 대중교통 노선 하나까지 ‘남의 동네’ 눈치를 봐야 하는 불편함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다.
◇구미의 ‘산업’과 김천의 ‘교통’이 만나면?
본 기자는 이 지점에서 과감한 질문을 던져본다. “차라리 구미와 김천이 하나로 합쳐진다면 어떨까?”
만약 두 도시가 통합되어 인구 55만의 ‘경북 메가시티’로 재탄생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구미의 강력한 제조 기반과 반도체·방산 클러스터라는 ‘심장’에, 김천의 KTX 교통망과 혁신도시라는 ‘혈관’이 합쳐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앙정부로부터 받아오는 예산의 단위가 달라지고, 대구광역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광역 경제권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소모적 경쟁 대신 ‘규모의 경제’를
통합은 단순히 인구 숫자를 합치는 작업이 아니다. 김천 아포로 빠져나가는 인구를 보며 가슴 졸일 필요도, 칠곡 북삼의 개발 소식에 긴장할 이유도 없어진다. 통합 도시 안에서는 어디에 아파트를 짓든 그것은 ‘우리 시의 발전’이기 때문이다. 중복되는 행정 비용을 아껴 교육 인프라에 집중 투자하고, 광역철도와 도로망을 내 집 앞마당처럼 촘촘히 연결할 수 있다.
◇기득권 내려놓고 시민의 ‘삶’을 먼저 봐야
물론 통합의 길은 험난하다. 시청의 위치, 도시의 명칭, 그리고 정치권의 이해관계라는 높은 벽이 버티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각자도생’하다가는 공멸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시민들은 더 이상 지도 위의 행정 구역 선에 연연하지 않는다. 내 아이가 좋은 학교에 다니고, 내가 퇴근 후 즐길 문화 시설이 풍부한 ‘살기 좋은 동네’를 원할 뿐이다.
구미와 김천의 통합 논의는 이제 공론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행정이 경계를 고집할 때 시민은 떠나지만, 행정이 경계를 허물 때 도시는 비로소 살아난다. 40만 붕괴를 걱정하는 구미와 혁신도시의 도약을 꿈꾸는 김천이 만나 ‘백년대계’를 그리는 날, 경북 서부권의 진짜 전성기는 시작될 것이다.
백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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