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락 탐사보도팀장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수출 7천억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6위 수출 강국으로 도약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첨단 제조업의 힘, 그리고 K-콘텐츠 등 소비재의 성장세가 주목받는 가운데, 올해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무역장벽 강화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하반기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이끈 수출 반전은 산업의 저력을 보여줬지만, 앞으로의 길은 결코 순탄치 않다. 포항 역시 마찬가지다.
이러한 상황의 본질은 글로벌 교역 질서의 구조적 변화에 있다. 미국, EU, 캐나다, 멕시코 등 주요 교역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다.
특히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철강 쿼터 축소, 캐나다의 철강 관세 강화, 멕시코의 전략 품목 관세 인상 등은 한국의 주력 수출품에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
이는 단순히 일시적 정책 변화가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산업경쟁력 강화 등 각국의 중장기 전략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한국 수출의 지역 다변화와 고부가가치화가 진전되고 있지만, 여전히 반도체 등 일부 품목과 특정 시장 의존도가 높다는 구조적 한계도 드러난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수출 실적의 증감에 그치지 않는다. 무역장벽 강화는 국내 산업의 경쟁력, 공급망 안정성, 기술 혁신 역량 등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 AI 혁신 등 글로벌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얼마나 신속히 대응하느냐가 국가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한다.
수출의 질적 성장, 즉 고부가가치화와 신시장 개척, 그리고 산업 전반의 디지털·AI 기반 혁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에 대안으로 첫째, 정부와 기업이 긴밀히 협력해 무역장벽 대응 역량을 체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새로운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친환경 생산체계 전환, 핵심기술 내재화, 공급망 다변화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둘째, 반도체·자동차 등 기존 주력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함께, 바이오헬스, 친환경 에너지, 디지털 서비스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속도를 내야 한다.
셋째, AI·디지털 기술을 산업 전반에 확산시켜 생산성 혁신을 이루고,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출 시장의 지역·품목 다변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과 민간의 창의적 도전이 병행되어야 한다.
수출 7천억달러 돌파는 분명 자랑스러운 성과지만, 앞으로의 도전은 더욱 복합적이고 치열해야 할 것이다.
단기 실적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구조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적 시각이 필요하다.
포항 역시 글로벌 경기 둔화와 산업 환경 변화 속에서 철강 산업의 위기는 지역 경제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는 경기 침체와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졌으며 포항의 주력 산업이 흔들린다는 것은 곧 도시의 기반이 흔들린다는 의미였기에, 그 위기의 무게는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밝아오는 새해에는 K-스틸법 시행령 제정을 통해 철강산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산업과 고용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는 철강산업을 넘어 포항경제의 회복과 재도약을 준비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동시에 탄소중립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응해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또한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유치는 도시의 산업 구조에 디지털 기반을 더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국가배터리순환클러스터의 개소는 이차전지 산업의 순환과 재활용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포항의 역할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여기에 이차전지·바이오·수소 특화단지를 중심으로 한 기업 투자 유치는 산업 다변화와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목표를 향한 실질적인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철강이라는 기존의 강점을 토대로 포항의 신산업과 첨단 기술을 연결하고, 위기 대응과 미래 준비를 동시에 추진해 포항이 다시 한 번 산업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산업 구조의 변화는 곧 도시의 변화를 의미하며, 이는 포항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2025년 위기는 언제나 도시의 선택을 요구했다. 한국 경제와 포항 경제의 위기는, 정면으로 마주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그동안 다져온 회복과 전환의 기반이 미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하며 이러한 노력이 시민의 삶 속에서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2026년 새해를 맞이한 지금, 포항을 비롯한 지방도시와 더불어 한국이 진정한 수출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산업과 사회 전반의 혁신과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손주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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