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대출 유인 악순화을 끊고자 강력 규제 단행

다주택자 대출 만기연장 원칙 불허·사업자대출 전면 점검 나서

2026-04-01     김수정 기자
▲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5년 3분기 기준 89.4%로, 미국(68.0%), 일본(61.1%), 중국(59.0%) 등 주요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금융위원회
정부가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절연을 선언하며 가계부채에 대한 고강도 관리에 나섰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는 재정경제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국세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업권별 협회, 5대 시중은행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위원장은 "최근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기적 대출수요가 부동산 시장으로 지속 유입되며 주택시장을 자극하고 있다"면서, "대출을 활용한 일부 개인들의 주택 투기·투자 수요와 주택담보대출을 손쉬운 이자장사 수단으로 인식하는 금융회사의 대출 취급 유인이 악순환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올해 관리대상 가계대출 증가율을 1.5%로 설정했다. 이는 경상성장률 전망치(4.9%)의 절반 이하 수준이며, 지난해 실적(1.7%)보다 강화된 목표다. 중장기적으로는 2030년까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5년 3분기 기준 89.4%로, 미국(68.0%), 일본(61.1%), 중국(59.0%) 등 주요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다만 2021년 98.7%를 정점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강화다. 정부는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개인과 임대사업자의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연장을 원칙적으로 불허하기로 했다. 다만 임차인이 있는 경우에는 발표일 기준 유효하게 체결된 임대차계약 종료일까지 만기연장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무주택자가 다주택자 소유 주택을 올해 12월 31일까지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접수하고 허가일로부터 4개월 내 취득하는 경우에는 토지거래허가제도상 실거주 의무를 임대차계약 종료일까지 유예한다. 이는 다주택자의 신속한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또한 2021년 이후 실행된 사업자대출의 용도외 유용 여부를 전면 점검한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사업자대출의 용도외 유용 127건(587억5000만원), 가계대출 약정위반 2982건이 적발돼 대출회수 등 조치가 이뤄졌다.

사업자대출 용도외 유용 적발 시 제재 수준도 대폭 강화된다. 현재 해당 금융회사의 사업자대출로 제한되는 신규대출 금지 범위가 전 금융권의 모든 대출로 확대되고, 금지 기간도 1차 적발 시 1년에서 3년으로, 2차 적발 시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난다.

국세청은 자금조달계획서 등을 활용해 사업자 대출로 고가 아파트 등을 취득한 사례를 선별·추출하고 전수 검증할 예정이다. 다만 전수 검증 실시 전에 용도외 유용한 사업자 대출을 자발적으로 상환하고 탈세사항에 대해 수정신고하는 경우 검증대상 제외 및 가산세 감면 조치를 받을 수 있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온투업)에 대해서도 강화된 대출규제가 적용된다. 기존 업계 자율규제(주담대 대출한도 6억원)에서 벗어나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와 주택가격별 대출한도 규제가 의무화된다. 규제지역은 LTV 40%, 비규제지역은 70%가 적용되며, 주택가격에 따라 대출한도도 차등 적용된다.

정부는 2025년도 목표를 미준수한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엄격한 페널티를 부여한다. 특히 관리목표를 크게 초과한 새마을금고는 올해 관리목표를 0원으로 설정하고, 필요시 2027년도 관리목표에서도 추가 차감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이제는 금융이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절연을 선언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말했다. 또한, "전 금융권이 비상한 각오로 총량관리 목표 달성, 다주택자의 만기 연장 제한, 대출규제 위반 행위 점검 등을 철저하게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융위원회는 즉시 시행 가능한 조치들은 발표 후 즉각 시행하고, 행정적 조치가 필요한 과제는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온투업자 대출규제는 2일부터, 다주택자 대출 만기연장 제한은 17일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향후 비거주 1주택자 등에 대한 대출규제 방안을 추가로 발표하고, 부동산 금융의 경제적 유인구조를 전면 재설계할 계획이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대상 확대, 장기고정금리로의 전환 유도 등 안정적인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과제들도 차질 없이 준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