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세포, 상처 전 '예습'으로 치료·항노화, 재생 속도 높여

POSTECH 연구팀, 피부 리프로그래밍 통해 조직 전체 회복 반응 성공

2026-04-01     김수정 기자
▲ 피부 세포 일부를 미리 '준비된 상태'로 전환해 상처 회복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원리를 규명해 당뇨병 환자나 고령자의 만성 상처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POSTECH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연구팀이 피부 세포 일부를 미리 '준비된 상태'로 전환해 상처 회복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원리를 규명했다. 상처가 생긴 후 치유에 나서는 기존 방식과 달리, 손상 이전부터 피부 조직 전체를 재생 준비 모드로 전환하는 이 기술은 당뇨병 환자나 고령자의 만성 상처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최세규 POSTECH 생명과학과·융합대학원 교수, 생명과학과 통합과정 곽민준·조예민 씨 연구팀은 김종경 생명과학과 교수, 통합과정 최은준 씨 연구팀과 함께 기초과학연구원, 가톨릭대, 미국 워싱턴대와 공동으로 피부 세포의 '부분적 리프로그래밍'이 주변 세포와 조직 환경을 변화시켜 상처 회복을 촉진하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피부는 외부 자극에 가장 먼저 노출되는 조직으로, 건강한 사람의 경우 작은 상처는 수일 내 자연 치유된다. 그러나 당뇨병 환자나 고령자는 작은 상처 하나가 수개월간 낫지 않아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조직 재생 분야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포 리프로그래밍(re-programming)' 기술에 주목해왔다.

세포 리프로그래밍은 '야마나카 인자(OSKM)'로 불리는 네 가지 단백질(Oct4, Sox2, Klf4, c-Myc)을 세포 내에서 과발현시켜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초기 상태로 되돌리는 기술이다. 하지만 세포를 완전히 초기화할 경우 강력한 재생 능력과 함께 세포의 증식과 분화가 통제되지 않아 종양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었고, 실제 임상 적용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완전 초기화' 대신 '부분적·모자이크 리프로그래밍' 전략을 채택했다. 전체 세포가 아닌 일부 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야마나카 인자를 적용하되, 해당 세포들조차 완전히 되돌리지 않고 '살짝 더 젊은 상태'로만 전환하는 방식이다. 적용 세포 수를 줄이고 되감는 정도도 약하게 조절하는 이중 안전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실제 상처가 발생했을 때는 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상처 부위를 덮는 새로운 세포층이 신속하게 형성됐고, 혈관 형성과 면역 반응도 적절히 조절됐다. 그 결과 치유 속도가 빨라지고 흉터도 감소했다. 특히 당뇨 환경에서도 피부 재생 능력이 상당 부분 개선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세규 교수는 "세포 하나하나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세포 간 소통을 통해 피부 조직 전체 상태를 바꿀 수 있음을 처음으로 증명했다"고 밝혔다. 제1저자인 곽민준 씨는 "상처 회복이 더딘 당뇨 환자나 고령자를 위한 치료는 물론, 항노화 기술과 만성 상처 치료용 의약품 및 기능성 소재 개발에도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의 인공아체세포 기반 재생치료 기술개발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수신진연구사업, 기초연구사업(기초연구실), 면역기전제어기술개발 및 줄기세포 ATLAS 기반 난치성 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