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북구, 웨일즈코브 ‘절차 위반’ 덮으려 경주시 끌어들이다 ‘들통’

본안 협의 중 뒤늦은 초안 공람 요청… 부랴부랴 ‘사후 봉합’...보도 당일 경주시에 공문 발송… 市 “초안 단계 아니다” 거부

2026-03-29     손주락 기자
ⓒ윤주희 기자

울산 웨일즈코브 관광단지의 환경영향평가 과정이 본지 보도로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드러난 가운데, 승인기관인 울산 북구가 이미 본안 협의가 진행 중인 사안과 관련 경주시에 뒤늦게 초안 공고·공람 협조를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의 공고·공람은 법상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해 본안 협의에 앞서 이뤄져야 하는 절차라는 점에서, 이미 본안 협의가 진행 중인 단계에서 이를 다시 밟겠다는 행정 자체부터 정상적이지 않다.

본지가 확인한 공문은 북구가 지난 23일 보낸 ‘웨일즈코브 울산관광단지 조성계획 환경영향평가(초안) 의견 조회’, ‘웨일즈코브 울산관광단지 조성계획 환경영향평가(초안) 추가 공고·공람 관련 협의 요청’ 총 2건이다.

북구가 행정 순서를 뒤집으면서까지 경주시에 다급하게 공문을 보낸 까닭은 무엇일까. 북구가 선행했어야 할 의견 수렴 절차에 흠결이 드러나자 사후에 이를 메우기 위해 경주시를 무리하게 끌어들이려 한 것으로 비친다.

특히 북구가 경주시에 보낸 공문은 본지가 울산 웨일즈코브 환경평가 ‘중대 하자’ 드러나… 기후부 “반려 대상” 파장이라는 제하의 보도가 있었던 날 발송된 것으로 보도 직후 문제를 급히 수습하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환경 전문가들도 북구가 뒤늦게 경주시에 공고·공람 협조를 요청한 데 대해, 드러난 절차상 하자가 평가서 반려 사유로 거론되자 이를 덮거나 희석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환경영향평가서등에 관한 협의업무 처리규정 제14조는 주민공람 등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협의기관장이 평가서를 반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1차적 책임은 공고·공람 절차를 누락한 승인기관 북구에 있다.

결국 북구가 뒤늦게 경주시에 협조를 요청한 배경 역시, 중대한 절차상 잘못이 평가서 반려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이를 무리하게 수습하려 한 정황으로 보인다.

본지 탐사보도팀이 경주시를 직접 방문해 취재한 결과, 북구가 보낸 공문은 현재 상황을 마치 통상적인 초안 단계인 것처럼 오인할 여지가 있는 내용으로 작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주시는 북구가 해당 공문을 비공개 문서로 분류해 전문은 확인해주지 않았지만 공문 제목과 전달 경위, 설명 내용 등을 종합하면, 이미 본안 협의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핵심 사실과 평가서 반려 가능성과 직결되는 절차상 쟁점은 빠진 채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주시 관계자는 해당 공문이 현재 상황을 통상적인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단계처럼 보고, 이제부터 정상적인 공고·공람 절차를 밟아 달라는 취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게 작성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본지 탐사보도팀은 웨일즈코브 사업의 현재 상황이 본안 협의 단계라는 점을 경주시에 직접 설명했고, 이를 확인한 경주시는 해당 사안이 초안 단계가 아닌 만큼 공고·공람 절차에 협조하기 어렵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구가 현재 절차의 성격과 평가서 반려 가능성이라는 핵심 내용을 충분히 알리지 않은 채, 같은 지자체를 상대로 사실상 속임수에 가까운 방식으로 절차상 궁지를 벗어나려 한 것 아니냐는 강한 비판도 나온다.

협의기관인 낙동강유역환경청 역시 웨일즈코브가 주민공람 등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는 만큼, ‘평가서를 반려해야 한다’는 처리규정을 적용해 더 이상의 혼선을 막기 위한 판단을 조속히 내려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낙동강환경청이 뚜렷한 반려 결정을 내리지 않은 채 시간을 끌면서, 결과적으로 북구의 뒤늦은 공고·공람 협조 요청 같은 무리한 사후 보완 시도에 여지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북구의 사후 봉합 시도가 드러나자 울산시어선어업인연합회와 관련 단체들도 26일 경주시를 직접 찾아 이번 사안의 경과와 문제점을 설명하고, 현 단계에서 공고·공람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공식 제출했다.

이들 단체는 본안 협의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뒤늦은 초안 공고·공람을 허용할 경우 절차상 하자를 덮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주시가 원칙에 따라 대응해 달라고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신영 어선어업인연합회 대표는 “영남경제신문 탐사보도팀과의 통화에서 북구가 경주시에 절차에 어긋난 공문을 보낸 사실을 인지했다”며 “다른 단체 관계자들과 연대해 탄원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북구 관계자는 “이번 절차는 사업시행자 측에서 공문을 보내달라는 요구가 있어서 진행하게 된 것”이라며 “그 외 별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본지는 웨일즈코브 사업과 관련해, 환경영향평가에 앞선 전략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도 중대한 절차상 하자를 추가로 확인했으며 관련 내용은 후속 보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