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영천 아이존빌스타 미납 인정한 ‘HUG 판단’… 국토부 감사한다

“임대료 미납해도 보증 효력 유지” HUG 공식 답변 파장...하자보수 공백 속 집단 미납… 구조적 한계가 부른 선택...미납 누적 시 구상권 회수 지연·정산 구조 부담 가중 우려

2026-03-24     손주락 기자
▲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영남경제 자료

영천 아이존빌스타 임차인들의 집단 임대료 미납 사태와 관련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임대료 납부 지연(미납)이 임대보증금보증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공식 답변했다.

이 같은 공식 답변이 확인됨과 동시에 감독기관인 국토교통부도 즉각 감사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HUG의 이러한 판단의 타당성과 그 파급 효과를 정부가 직접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임대사업자 부도 이후 보증사고 사업장에서의 운영 기준과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중앙부처의 감사 대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사안의 무게가 한층 커지고 있다.

HUG의 이 같은 임대료 미납 방치 행정이 공공 보증기관의 책임 범위에 부합하는지, 또 향후 전국 보증사고 사업장으로 동일한 선례가 확산될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한 제도적 검증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임대사업자 부도 이후 하자보수 중단…구조적 한계가 만든 ‘임대료 미납’
이번 사안의 출발점은 영천 아이존빌스타 임대주택 단지다. 전체 852세대 중 693세대가 임대주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임대사업자였던 DS종합건설이 부도난 이후 하자보수 비용 지급이 중단됐다.

보일러 교체, 누수 보수 등 필수 수선이 제때 이뤄지지 않자 상당수 임차인들이 직접 비용을 부담했다. 그러나 HUG는 하자보수 비용 처리 방식과 관련해 “임대료에서 상계 처리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안내해왔다.

문제는 구조였다. 전세 세대의 월 임대료가 7~8만원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100만~200만원에 달하는 수선비를 상계하려면 1~2년 이상 해당 세대에 거주해야 한다. 전출을 고려하는 임차인의 경우 사실상 비용을 회수할 방법이 막히는 셈이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일부 임차인들은 임대료 납부를 유보하는 방식으로 대응했고, 단지 내 집단 미납 사태로 번졌다. 이에 대해 HUG는 본지 공식 질의에 대해 “임대료 납부 지연은 임대보증금보증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아이존빌스타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임대료를 미납하더라도 보증 효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공사가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부분은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임차인들이 임대료를 납부하지 않는 선택을 하도록 사실상 유도되는 구조를 제도적으로 용인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입주민들은 선량한 임차인으로서 정상적으로 임대료를 납부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인식과, 현실적으로 미납이 곧 ‘이익’으로 이어는 구조 사이의 괴리를 납득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간 불확실했던 핵심 쟁점에 대해 공사가 명확한 판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임대료 미납이 보증 효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사실상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파장을 낳고 있다.

◇미납해도 괜찮다(?)…전국 보증사고 사업장으로 확산될 경우 파장은
보증권이 유지되는 한 미납이 곧바로 권리 상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구조가 공식 확인되면서, 동일한 조건에 놓인 다른 보증사고 사업장 임차인들에게도 ‘미납’이라는 선택지가 제도적으로 가능하게 됐다.

임대료는 보증사고 사업장에서 HUG가 보증 이행 이후 회수해야 할 채권 정산의 주요 재원으로 기능한다. 미납이 누적될 경우 구상권 회수 속도가 늦어지고 정산 구조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따라서 HUG 입장에서도 부담은 가볍지 않다. 보증 효력은 유지하되 미납 임대료는 보증이행 시 공제하는 방식이라면, 단기적으로는 보증금 지급 규모가 줄어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산 혼선과 회수 지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사업장별로 미납 규모가 커질 경우, 채권 관리·회수 업무가 복잡해지고 보증 이행 시점의 정산 분쟁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더 나아가 동일한 구조가 여러 단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날 경우, 보증사고 사업장 전반의 운영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공적 보증기관이 사실상 현금흐름 관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대료 유입이 급감하면,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추가 행정 개입이나 예산 부담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결국 문제는 개별 임차인의 권리 행사 차원을 넘어, 보증 시스템 전체의 설계 문제로 확장된다.

임대료 미납이 보증 효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판단이 확산될 경우, 정부 또한 임차인 보호와 재정 건전성 사이의 균형을 다시 설정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단지 분쟁이 아니라 공적 보증 제도의 운영 원칙을 재점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본지 보도 이후 국토부 감사 착수…HUG 판단의 근거와 책임 범위가 핵심 쟁점
본지는 2월 3일 ‘영천 아이존빌스타 임대료 미납 사태… HUG ‘침묵’ 혼란 부추긴다‘는 제하로 보도했으며 이후 국토교통부는 해당 사안에 대한 감사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의 핵심은 ▲HUG가 임대료 미납이 보증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근거 ▲미납 임대료 공제 구조의 타당성 ▲보증사고 사업장에서의 내부 매뉴얼 및 대응체계 적정성 ▲전국 사업장 확산 가능성에 대한 리스크 관리 여부 등이 될 전망이다.

특히 HUG가 스스로를 “임대사업자의 지위를 승계하지 않는 기관”이라고 규정하면서도 임대료 수취·공제 등 정산 기능을 수행하는 현실에서, 공공 보증기관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이존빌스타 미납 사태는 하자보수 비용 분쟁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공적 보증기관의 판단 기준과 제도 설계의 적정성을 묻는 단계로 넘어갔다.

임대료 미납이 보증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번 공식 확인이 향후 보증사고 사업장 전반에 어떤 선례로 작용할지, 그리고 국토부 감사 결과가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감사는 단지 한 사업장의 문제를 넘어서, 임대사업자 부도 이후 임차인 보호와 공공 보증 시스템의 균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손주락·이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