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울릉군 대저페리 운항 숨 돌렸지만 고정지원금 해법 등 갈 길 멀다
연간 10억 안팎 郡7대 道3 분담...‘정운항 250일 이상’ 의무 조항...사실상 운항 방식 탄력성 부여...조례 제·개정, 협약 재정비 必
울릉~포항 간 대형여객선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3158톤, 970명) 운영사 대저페리가 울릉군의 원포인트 추가경정예산으로 21억원에 달하는 운항결손금을 긴급 투입해 일단 숨은 돌렸지만, 더 큰 숙제는 이제부터다.
연간 10억원으로 추정되는 고정지원금 지급 문제를 해소해야 만이 대저페리의 운영이 가능한 상황에서 울릉군이 이를 실제로 집행하려면 조례 제·개정과 실시협약 재정비가 동시에 이뤄져야 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하다.
대저페리는 국민권익위원회 조정안대로 울릉군이 이를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울릉군은 당초 고정지원금을 약속한 때는 실시협약서상 ‘정운항 250일 이상’ 의무 조항을 전제됐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운항이란 울릉도에서 먼저 출항해 포항에 오전 또는 빠른 오후에 도착하는 방식으로, 울릉 주민이 육지에서 행정·병원·업무 일정을 당일에 소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다.
반면 역운항은 포항에서 출발해 울릉도에 도착하는 방식으로, 관광객이 울릉도에서 일정을 보다 일찍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유리하다.
선사 입장에서는 관광 수요가 집중되는 역운항이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정운항이 확보돼야 실질적인 교통권이 보장된다.
권익위의 조정안은 대저페리의 운항 일수와 출항 시간 등을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기존 협약 의무 조항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예산 문제가 아니라 협약 구조 자체를 다시 짜야 하는 사안이 된다.
21억원의 운항결손금 지원은 추경으로 해결했지만, 201억의 고정지원금은 제도와 합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집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고정지원금은 울릉군과 경북도가 7대 3 비율로 분담하도록 돼 있다. 앞서 양측이 합의한 상한선은 20년간 201억원을 넘지 않는 범위다. 단순 계산하면 연간 10억원은 초과할 수 없는 구조이긴 하다.
더구나 지급액은 외부 전문기관이 산출한 손실 규모를 기준으로 하도록 돼 있어, 산정 결과에 따라 지원 규모는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이 구조가 단순히 “연 10억원 안팎을 나누어 부담한다”는 차원의 합의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정지원금은 정운항 250일 이상이라는 의무를 전제로 발생한 손실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그러나 권익위 조정안은 울릉군 내 여객선 운항 여건 변화와 계절·관광 수요 등을 고려해 출항 장소와 시간 등을 신청인과 피신청인이 협의해 운영하도록 했다. 사실상 운항 방식에 탄력성을 부여한 셈이다.
즉 새로운 협의를 할 경우 기존 협약서상 의무 기간 250일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여기에다 조정 취지에 따라 협약을 재정비한다면, 이는 기존 협약을 사실상 다시 쓰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협약이 근본적으로 변경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권익위 조정의 효력 범위는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법적 해석도 필요해질 수 있다.
여기에 형평성 문제도 얽혀 있다. 만약 정운항 일수를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하더라도 다른 선사에서 “공모 당시 조건과 달라졌다”며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군의회 내부에서도 “정운항을 충분히 지키지 못하면 주민의 교통권 확보가 되지 않는데 군비를 투입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부정적 시각 역시 존재한다. 반대로 정운항을 유지할 경우 선사 손실이 얼마나 불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주민 여론 역시 엇갈린다. 한 척이라도 더 배가 다녀야 한다는 절박함 속에서 안정적 운항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역운항으로 포항에서 출항한다면 불편함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기에 지원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고정지원금은 단순한 예산 문제가 아니다. 조례 제·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하고, 실시협약 재정비 과정에서 운항 기준과 지원 기준을 동시에 정리해야 한다.
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원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협의 과정은 또 다른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대저페리 측은 “고정지원금 역시 권익위 조정안에 포함된 사안인 만큼 울릉군과 경북도와의 합의를 통해 정상 운항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원 규모를 최소화하려는 지자체의 기조와, 안정적 운영을 담보받으려는 선사 측의 이해가 어디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울릉군 관계자는 “고정지원금은 단순히 얼마를 더 줄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수준까지를 공공 교통권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다시 세우는 과정”이라며 “군 입장에서도 재정 부담을 최소화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배가 멈추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선이 어디인지 찾는 것이 현실적인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조례 제·개정과 실시협약 재정비가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지원은 지속될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라, 경북도와 선사, 의회가 함께 합의점을 도출해야 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