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츠' 원작자 엘리엇, 절친 여성에 보낸 편지들 60년만에 공개
"문학계 최대 이벤트…'뮤즈' 헤일과의 관계 밝힐 귀중한 단서"
2020-01-03 이소정
미국 프린스턴 대학도서관은 그동안 비공개로 보관해온 엘리엇의 편지를 학생과 연구자들에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학계에서는 그간 베일에 싸여있던 엘리엇과 그의 뮤즈로 알려진 헤일의 관계를 명확히 규명할 수 있는 귀중한 단서가 될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미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1912년 처음 알게 된 엘리엇과 헤일은 우정이 깊어지기 시작한 1930년부터 약 25년간 편지를 주고받았다.
헤일은 1956년 본인과 엘리엇의 사후 50년이 지나기 전에는 편지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프린스턴 대학교에 서신을 기증했다.
이후 엘리엇은 1965년에 사망했고, 헤일도 그로부터 4년 뒤 세상을 떠났다.
이에 따라 대학 측은 헤일의 사후 50년이 지난 올해 두 사람의 서신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엘리엇 연구학자인 앤서니 쿠다는 이번 서신 공개가 "근 10년간 문학계 최대 이벤트"라며 "서신이 서고에서 나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평했다.
전기 작가에 따르면 엘리엇은 생전에 헤일이 그에게 보낸 편지를 모두 불태우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쿠다는 "엘리엇이 편지가 공개되는 것을 걱정할 정도로 두 사람은 놀라울 만큼 친밀한 사이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특히 엘리엇의 대표작 중 하나인 '사중주 네 편' 가운데 첫 번째 시 '불타버린 노튼'(Burnt Norton)은 1934년 엘리엇과 헤일이 함께 방문했던 영국의 한 저택 이름을 딴 제목이다.
엘리엇 연구학자인 프란시스 디키는 이 시에 엘리엇이 헤일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들을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엘리엇이 첫 번째 결혼을 실패한 뒤 헤일에게 첫 편지를 보냈다는 점에서 이들이 혹시 결혼을 논의한 적은 없는지도 학자들의 큰 관심사다.
엘리엇 연구자들은 엘리엇과 헤일의 관계가 작품 활동에 영감을 주는 깊은 사이였다고 보고 있다.
대학 측은 저작권 보호를 위해 편지를 온라인에서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엘리엇 연구학자들이 마치 인기 록 콘서트 관객처럼 몰려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1888년 미국 미주리주에서 태어난 엘리엇은 26살에 '알프레드 프루프록의 연가'로 문단에 데뷔했다. 대표작으로는 뮤지컬 '캣츠'에 영감을 준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와 4월을 '잔인한 달'로 묘사한 시 '황무지' 등이 있으며 '황무지'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