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경주시, 보문단지 용도변경 “특혜 없다” …신라밀레니엄 공공기여 "수용불가"

市, 신라밀레니엄 등 대규모 용도변경 신청에 ‘원칙론’ 맞대응...개발이익 환수…“막대한 시세차익만큼 기반시설 책임져야”

2025-12-15     김대엽 기자
▲ 경주 보문관광단지 전경. ⓒ경주시

경주시가 ‘특혜성 용도변경’ 논란이 일고 있는 5000억원 규모의 경주보문관광단지 민간투자 유치 사업에 대해 "공공기여" 원칙을 엄정하게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우양산업개발이 제시한 신라밀레니엄파크 공공기여 게획에 대해서는 수용불가 입장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기존 용도에서 호텔 등의 숙박시설 설치가 추가로 가능한 ‘복합시설지구’로의 용도변경을 승인하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공공기여(기부채납)’를 사업자에게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경북문화관광공사(이하 공사)가 추진해온 과정에서 끊임없이 제기된 ‘특혜 시비’를 불식시키고, 민간 사업자의 개발이익을 공공으로 환수하겠다는 경주시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본지 취재 결과 경주시는 최근 공사가 제출한 ‘보문관광단지 조성계획 변경안’에 대해 지난 10일 관계 부서 담당자를 소집해 ‘실무 통합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관계 공무원들은 공사 제출 자료 내용이 미비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용도변경 시 당연히 예상되는 기반시설(교통‧상하수도 시설 등)의 확충 및 신설에 대한 종합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하며, 용도변경 시 기반시설 적정성 검토자료를 공사에 요청키로 했다고 전해진다.

주무부서인 관광컨벤션과는 이에 더해 용도변경에 따른 공공기여 요구를 위해 공공기여 운영 기준 마련을 위한 용역을 이번 주 내로 발주할 계획이며, 향후 도시계획심의위원회의 자문 절차를 추가해 면밀한 검증을 이어나갈 것이라 밝혔다.

◇ 땅값 수직 상승…신라밀레니엄파크 특혜 소지 해소 할수 있나

우양산업개발은 현재 장기 휴업‧폐쇄 중인 신라밀레니엄파크(약 12만4647㎡) 부지를 기존 ‘관광휴양오락시설지구’에서 ‘복합시설지구’로 변경해 줄 것을 공사에 요청했다. (2025년 10월 1일자, 3면),

이 계획이 승인되면 해당 부지에는 130실 규모의 럭셔리 호텔과 분양형 숙박시설 건립이 가능해진다.

부동산 업계와 감정평가 결과를 참고하면, 용도변경 승인 시 해당 부지의 가치는 매입가(평당 49만4344원) 대비 약 3.5배 수준으로 폭등할 것으로 추산된다. 용도변경으로 야 720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는 단순한 규제 완화 내지는 민간투자 유치가 아니라, 특정 민간 기업에 천문학적인 불로소득을 안겨주는 ‘초특급 특혜’가 될 것이라 우려되는 이유다.

◇720억원 벌고 10억원 공공기여 밝힌 우양산업개발

문제는 이 사업 시행자가 제시한 ‘공공기여’ 방안이다.

우양산업개발 측은 이 막대한 이익의 반대급부로 ‘단 10억원’ 규모의 공공기여를 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는 예상 시세차익의 1.3%에 불과한 푼돈 수준이다.

심지어 그 내용조차 기만적이다. 우양 측이 제시한 10억 원의 사용처는 시민들이 이용할 공원이나 공용 주차장이 아닌, 자사가 건립할 호텔 주변의 진입로 개설과 조경 정비에 집중되어 있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개발 사업을 위해 당연히 사업자가 닦아야 할 진입도로를 ‘공공기여’라고 포장해 생색을 내는 것은 전형적인 꼼수”라며 “사실상 공공기여를 ‘0원’ 내고 720억 원을 챙겨가겠다는 ‘먹튀 심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경주시, “제대로 된 계산서 청구하겠다”는 입장

경주시는 칼을 빼 들었다. 우양산업개발이 제안하고 공사가 수용한 공공기여 계획을 사실상 ‘수용 불가’로 판단하고 행정의 범위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해 공공기여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경주시 관광컨벤션과 담당자는 “관련 지침에 따라 기부채납 규모를 사업자와 협의해 요구할 수 있다”며, “공공기여 규모를 강제할 법적 근거는 미비하지만 행정이 가지고 있는 모든 법적 권한을 확인하고 행사해 특혜 소지를 불식시킬 것”이라 말했다.

경주시는 관련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이번 주 내로 ‘공공기여 운영 기준 마련’을 위한 용역을 발주하고, 국토교통부의 지구단위계획수립지침 17절(기반시설 기부채납 운영기준)을 근거로 기부채납 방식의 공공기여를 요구할 계획이다.

해당 지침은 용도지역 변경 등으로 토지 가치가 상승할 경우, 그에 비례해 기반시설 부지나 설치비용을 기부채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지가 상승분의 최대 70%까지를 공공기여 인정 범위로 보고 있다.

경주시는 지난 12일 개최된 실무통합회의에서 “공사 측의 변경안은 기반시설 부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계획”이라고 지적하며, 객관적인 ‘기반시설 적정성 검토서’ 제출을 명령하기로 입장을 정했다. 또한, 곧 발주될 ‘공공기여 운영 기준 마련 용역’을 통해 산출된 정확한 금액만큼을 요구할 방침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용도변경에 따른 시세차익을 가져가려면, 적어도 그에 상응하는 교통 대책과 시민 편의 시설 등의 기반시설 확충 방안도 내놓는 것이 상식”이라며 “특혜 시비가 없도록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을 거쳐 법이 허용하는 최대치의 공공기여를 받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POST-APEC” 내세워 졸속 추진?…시민 눈높이 못 넘어

일각에서는 경북문화관광공사와 우양산업개발을 포함한 경주보문관광단지 입주기업들이 ‘POST-APEC’을 준비한다는 명분 뒤에 숨어 ‘특혜’를 정당화하려는 속셈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하지만 경주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적자 사업부지가 하루아침에 알짜 땅 주인으로 변신하는 마술쇼는 행정의 묵인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며 “경주시가 이번만큼은 기업들이 제안한 ‘어린애 사탕 주듯’ 하는 모욕적인 공공기여 안을 걷어차고, 시민의 권리를 제대로 찾아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