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주시, 보문관광단지 용도변경 특혜 논란 없도록 엄정해야

2025-12-14     이영우 논설
경주시가 보문관광단지에 대한 용도변경 절차에 착수했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최근 보문관광단지 조성계획 변경 신청을 경주시에 접수했다. 결국 온갖 특혜 시비에 휩싸인 이 사업은 경주시가 면밀하고 엄격한 심의를 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경주시는 지난 4일 접수된 이 민감한 변경안에 대해 관계 부서가 머리를 맞대는 ‘합동심의’ 대신, 공문만 오가는 ‘서면 심사’로 절차를 갈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변경안의 주요 내용은 기존 용도를 호텔 등의 숙박시설 입주가 가능한 ‘복합시설지구’로 변경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멀쩡한 주차장 부지를 호텔로 바꿔주고, 상업시설에 숙박업을 허용해 주는 등 막대한 시세 차익이 보장된 변경안이지만, 정작 시민을 위한 ‘공공기여(기부채납)’ 방안은 찾아볼 수 없다.

통상적인 도시개발 사업에서 용적률 상향이나 용도 변경은 ‘공짜’가 아니다. 늘어나는 수익만큼 하수도 원인자부담금을 더 내거나, 진입로를 확장해 시에 기부채납하는 것이 원칙이다.

경북관광공사의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건폐율 30%, 용적률 100% 이내”라는 느슨한 기준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기반시설 확충 계획은 빠져있다. 11개 대형 시설이 동시에 들어설 경우 발생할 하수 처리 용량 포화와 주말 교통 마비에 대한 대책 비용을 고스란히 경주시 세금으로 메워야 할 판이다.

지역 내 개발업계 관계자는 “기부채납 없는 용도 변경은 특정인에게 불로소득을 몰아주는 것으로, 넓게 보면 업무상 배임 소지까지 있다”며 “경주시가 이를 제대로 따지지 않고 승인한다면 공범이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주시의 엄격한 심의가 요구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경주시는 지난 4일 접수된 변경안에 대해 별도의 심의나 회의를 열지 않을 것으로 확인됐다.

경주시는 일반적이고 경미한 수준의 다른 의제처리 방식을 답습하며 단순한 ‘관련 부서 의견 조회’만으로 그치려는 계획이다. 다시 말해 단순 ‘서면 검토’로 끝내겠다는 뜻이다.

경주시 담당자는 “부서별 의견 조회 이전에 부서별 담당자들이 모여 내부 회의를 거칠 계획은 있으나 단순 의견 교환 정도의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제출된 보문관광단지 조성계획 변경 신청은 ‘관광진흥법’에 따라 대부분의 절차가 의제 처리되는 일종의 ‘패스트트랙’을 적용받으며 많은 규제를 우회하게 된다.

하지만 그 상세 내용을 살펴보면 용도지구 변경, 교통영향평가, 상하수도 용량 검토, 건축 인허가 등 수십 개의 개별 법령이 얽혀 있는 전형적인 ‘복합민원’이다.

현행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제31조 및 동법 시행령 제36조는 이러한 복합민원을 처리할 때 관계 기관 및 부서의 실무 책임자들이 모여 ‘민원실무심의회’를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부서 간 칸막이를 없애고, 개발이 가져올 복합적인 부작용(교통 대란, 환경 오염 등)을 종합적으로 걸러내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안전장치다.

하지만 경주시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사안을 ‘복합민원’으로 분류하지 않고 간소화된 ‘의견 조회’ 만으로 절차를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경주시가 이 과정을 생략하고 단순 ‘부서별 의견 조회’로 대체할 경우, 심각한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경주시의 엄정하고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