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경주 천연기념물 수달 서식 확산… 속도감 있는 보호 조치 필요하다

수달 개체 늘고 수컷 단독 생활로 교통사고 위험 높아져...경주시 전역서 수달 서식 확산에도 전수조사 조차 감감...생태계 복원 신호탄… 보호구역 지정 등 적극 행정 절실

2025-12-12     강병찬 기자
▲ 12일 보문교 아래 하류보 산책로 인근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있는 수달

APEC의 도시 경주에 천연기념물 수달의 서식이 확산하고 있으나 보호조치는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다. 경주시는 도심 근방 대여섯 곳에 수십 개체의 수달 서식이 확인되고 있으나 전수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주시는 또 수달 개체 확산에 따른 사고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데도 보호구역 지정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경주가 역사문화도시에 천연기념물 집단 서식이라는 자연환경을 더해 도시 가치 극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2일 보문호 댐 아래 보문교 부근 제1 하류보에서 성체 수달 한 쌍이 목격됐다. 이곳은 보문호반길에서 동궁원 뒤쪽을 지나 북천 둔치로 이어지는 길목이다.

▲ 12일 보문교 아래 하류보 산책로 인근에서 수달 한쌍이 물고기를 잡아먹고 있다.

이날 수달 한 쌍은 둔치 가까운 곳에서 물고기를 잡아먹다가 보문교 교각으로 유유히 헤엄쳐 가는 등 인기척에 극도로 과민한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요즘 산책객들은 수달 등 야생동물들에게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추세이다 보니 수달들도 인기척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밖에도 수달은 경주시 권역에서 안강 산대지, 알천교 아래, 서천교~유림교 구간, 보문호 주변 여러 곳 등에 서식이 확인되고 있다.

경주시는 사적지 및 문화재 보호구역과 국립공원으로 둘러싸여 다른 지역에 비해 자연 보전이 우수해 다른 도시에 비해 수달의 서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경주시의 위탁을 받아 수달 등 천연기념물 구호를 맡는 야생생물관리협회 이범석 담당자에 따르면 “수달들의 번식주기가 빨라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임신 개체도 다수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 12일 보문교 아래 하류보에서 수달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는 경주시 권역에서 수달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사례는 거의 없는데 이는 경주가 물길로 잘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수달의 행동반경이 4km에 달하고, 교미기가 끝나 새끼를 낳으면 암컷은 새끼를 데리고 살면서 행동반경이 좁아지지만, 수컷은 단독생활을 하는 만큼 개체가 많아질수록 교통사고의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그러나 경주시는 천연기념물에 대해 협회를 통한 긴급 구호활동과 야생동물 보호 의식을 일깨우는 현수막 등 홍보물 부착 외에는 종합적인 정책은 손을 놓고 있다.

수달은 천연기념물(제330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보호법상 절대 포획이나 거래가 불가능하다. 일반인이 사육하거나 거래할 수 없으며, 허가 없이 포획·사육·판매는 불법이다.

서식처 파괴, 수질오염, 어망에 의한 폐사, 모피를 노린 밀렵 등이 주요 위협이었다. 과거 수질오염과 모피 남획으로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어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는 토종 수달이 멸종하기도 했다.

보문호 아래 둔치를 자주 산책한다는 한 관광객은 “지역에 수달의 서식이 확산하는 것은 인간의 건강한 삶을 위한 거주환경이 극적으로 회복하는 시그널”이라며 “경주시는 수달 보호를 위한 천연기념물 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인간과 야생동물이 공존하는 균형 잡힌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세계일류도시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