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포항, 해오름동맹의 전략 헤드쿼터로 부상
이차전지·철강·해양·UAM·관광·수소까지 ‘동해안 메가벨트’ 중심에 서다
울산·포항·경주가 추진하는 ‘해오름동맹’이 단순한 도시 간 협력 단계를 넘어 대한민국 동해안 산업·연구·관광·교통을 통합하는 초광역 경제권 모델로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포항은 기존 철강 중심 산업구조를 넘어 이차전지·해양과학·UAM·수소·문화관광·광역교통망 등 거의 모든 핵심 분야에서 ‘전략 거점’ 역할을 강화하며 동맹 내 가장 빠르고 강한 성장축으로 자리매김했다.
‘해오름동맹 공동협력사업 현황’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정책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 도시는 현재 43개 협력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추가로 20개 대형 국비 공모·정책사업을 신규 발굴한 상태다.
이 중 포항은 산업·해양·연구·관광·청년정책·광역교통 등 거의 전 분야에서 가장 많은 사업을 주도하거나 중심축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차전지 초광역 벨트의 실질적 중심, 포항…블루밸리가 ‘동해안 배터리 허브’로
포항 부활의 1번 동력은 단연 ‘이차전지’다. 포항과 울산은 2023년 국가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됐고, 해오름동맹은 올해 이 특화단지를 기반으로 초광역 배터리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이차전지 연대·협력사업 협약’을 추진 중이다.
포항은 블루밸리국가산단을 중심으로 양·음극재, 전구체, 셀·팩 기술, 리사이클링까지 전주기 밸류체인을 국내에서 가장 잘 갖춘 도시다.
에코프로·포스코퓨처엠·GS건설 등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까지 모두 포항에 집적돼 있다. 울산이 완성품과 모듈·팩 중심이라면, 포항은 소재·전구체·리사이클링이라는 산업의 핵심 토대를 담당한다.
특히 해오름동맹 문서에는 울산에서 열리는 ‘U-Battery Show 공동홍보관’에 포항 기업이 대거 참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북미·유럽 중심의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재편 속에서 포항과 울산을 하나의 메가클러스터로 묶는 상징적 초광역 사업이다.
◇‘K-스틸 혁신지대’ 포항, 동해안 철강벨트 재편의 중심
전통산업인 철강에서도 포항의 리더십은 분명하다. 해오름동맹은 ‘동해안 철강벨트 경쟁력 강화’ 사업을 통해 철강·금속 산업의 저탄소 전환과 공정 혁신을 공동 추진 중이다.
포항은 포스코 본사·제철소·R&D센터를 기반으로 ▲전기로 전환 ▲수소환원제철 ▲그린철강 ▲스마트 생산체계 ▲산업안전·AI 기반 유지보수 등 고도화 전략을 주도한다.
보고서는 포항 철강사업이 단순 기술 지도나 공정 개선 수준을 넘어 동해안 전체 철강기업의 ‘친환경·스마트·고부가’ 전환을 견인하는 플랫폼 역할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울산·경주의 철강 중견·중소기업이 포항의 기술지원·산업안전컨설팅·신소재 공동개발에 직접 참여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권역형 철강대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영일만 중심의 ‘해양과학·수중로봇·해양에너지’ 삼각벨트…포항, 한국 해양혁신의 중심
포항의 또 다른 초격차 분야는 해양이다. 문서에 따르면 포항은 첨단해양R&D센터 구축(2024~2028) 사업을 진행 중이며, 울산의 ‘해저공간플랫폼’과 연계해 동해안 해양혁신권이 형성되고 있다.
포항 영일만은 수중로봇·해양에너지·수산테크·탄소중립 해양기술이 집적된 국내 최고 수준의 미래 해양R&D 허브다.
해오름동맹은 이 지역을 중심으로 ▲심해 탐사 ▲수중 통신 ▲해양재난 대응 ▲해양바이오 ▲해양레저산업 등 신산업을 육성 중이다.
보고서는 “포항은 영일만이라는 독보적 자연환경 위에 과학기술·산업기반이 모두 갖춰져 있어, 해오름동맹 해양전략의 사실상 헤드쿼터”라고 평가했다.
◇원자력·수소·UAM…포항의 다중 미래산업 포트폴리오
원자력·수소·항공모빌리티(UAM) 등 차세대 산업축에서도 포항의 위상은 점점 강화되고 있다.
2025년 2월, 포항은 해오름동맹 원자력혁신센터 3기를 포스텍에 유치했다. 경주 감포 원자력공동캠퍼스와 울산 원전 안전기술센터가 확장되면 포항은 ▲원자력 연구 ▲기술사업화 ▲방사선 응용 ▲원자력 전문인력 양성의 핵심 지점이 된다.
포항 블루밸리에는 수소연료전지 실증단지 및 수소 클러스터(2024~2028)가 구축 중이다. 울산의 수소도시, 경주의 수소발전과 연결되면서 동해안 수소경제권이 형성된다.
포항시는 울산과 함께 UAM(도심항공교통) 산업을 공동 육성하기 위해 ‘항공모빌리티 산업 육성 MOU’를 체결했다. 포항은 드론 실증·항공모빌리티 테스트·응용기술 개발 등을 담당하며, 울산은 규제특례·실증노선 구축을, 경주는 관광형 UAM과 연계한다.
보고서는 이 구조를 “해오름동맹형 다중모빌리티 생태계”라고 규정했다.
◇영일만대교·광역철도·해파랑길…포항 중심의 동해안 생활·경제권 통합
산업·연구 협력과 함께 포항을 초광역 중심으로 올려놓는 또 하나의 동력은 광역교통망 확대다.
정부의 ‘광역경제권 30대 프로젝트’에 포함된 영일만대교(18km)는 포항~울산~경주를 하나의 90분 생활권으로 재편하는 핵심 인프라다. 포항이 사실상 ‘동해안 광역교통 허브’로 재부상하는 순간이다.
광역철도(포항~경주~울산), 동해남부선 폐선 활용, 해파랑길·관광벨트 구축, 수소트램·BRT 등 핵심 교통정책에서도 포항은 중심 기능을 수행한다. 이는 포항을 산업도시에서 해양·관광·교통 중심 도시로 확장시키는 중요한 계기다.
◇청년·관광·문화·학습…포항이 ‘살고 싶은 도시’로 전환되는 구조
해오름동맹의 광역복지·문화·청년정책에서도 포항의 역할은 두드러진다.
포항은 2025년 해오름 합창페스티벌 개최도시이며, 청년 워케이션·지역크리에이터 플랫폼 조성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스마트 관광통합 플랫폼, 관광데이터 공유, 해오름 청소년 문화교류도 포항이 중심 역할을 맡는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보고서는 이러한 흐름을 “산업 중심 협력이 삶의 질 중심 협력으로 확장되는 단계”로 평가하며, 포항이 초광역 정책의 실질적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포항은 해오름동맹 성공의 키 플레이어”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연구 결과는 명확하다. 해오름동맹은 대한민국 초광역 협력모델의 대표사례이며, 그 성공 여부는 포항의 산업·연구·관광·교통·문화 역량을 얼마나 빠르게 확장·연결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보고서는 포항의 경쟁력을 △이차전지·철강·해양 등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다중 특화 포트폴리오, △블루밸리·포스텍·산업단지를 기반으로 한 초격차 기술·R&D 역량, △영일만이라는 자연적·지리적 우위, △경주·울산을 연결하는 동해안 중심축 위치, 네 가지로 정리했다.
◇“포항이 성공하면 동해안이 살아난다”…초광역경제권의 실질적 엔진
해오름동맹은 더 이상 선언이나 협약의 수준이 아니라 산업·연구·교통·인구·관광을 묶는 통합형 초광역경제권으로 진화 중이다.
그 중심에는 명확하게 포항이 있다. 포항이 이차전지·철강·해양·UAM·원자력·관광·교통 등 핵심축을 얼마나 빠르게 실현하느냐에 따라 해오름동맹 전체의 경제적 파급력은 2~3배 이상 확대될 수 있다.
포항은 이제 ‘해오름동맹의 한 도시’가 아니라, 해오름동맹의 전략을 설계하고 성공을 좌우하는 도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