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엑시노스 2600’ 상용화 시동...“반도체 생태계 숨통”
2나노 공정 안착…TSMC와 2나노 정면승부…삼성 파운드리 신뢰도 회복 분수령
2025-11-24 강신윤 기자
수율 문제로 시장 신뢰를 흔들었던 3나노 공정(엑시노스 2500) 실패를 딛고, 2나노 공정 첫 양산 칩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투입하면서 OSAT(후공정)·디자인하우스(DSP) 업계 전반이 직접적인 수혜권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협력하는 주요 OSAT 기업들은 4분기부터 엑시노스 2600 테스트 라인 가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플래그십 ‘갤럭시 S26’(내년 초 출시) 일반·플러스 모델에 해당 칩셋을 탑재하기로 결정하면서 물량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S26 전체 물량 중 25~30%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엑시노스 2600은 삼성전자 차세대 2나노 공정이 처음 적용되는 칩이다.
3나노 수율 부진으로 S25 탑재에 실패했던 엑시노스 2500과 달리, 이번에는 수율 안정화가 조기 달성되면서 3분기 말 양산 → 4분기 OSAT 투입이라는 일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엑시노스 2500의 실패로 글로벌 고객사들이 삼성 3나노에 의구심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라며 “2600이 안정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했다는 자체가 파운드리 사업의 신뢰 회복 신호”라고 말했다.
2600 테스트를 수행하는 기업은 웨이퍼 테스트는 두산테스나, 네패스, 엘비세미콘이며 파이널 테스트는 하나마이크론(전담)다.
4사는 엑시노스 2600 물량이 본격 반영되면서 4분기 가동률 수직 상승이 기대된다. 특히 연말·연초는 스마트폰 AP 출하량이 증가하는 계절적 성수기여서, 테스트 물량 확대 효과가 더욱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2600 테스트 물량이 4사 모두에게 고르게 배분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올해 부진했던 국내 후공정 업황에 숨통이 트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엑시노스 2600 상용화는 삼성 DSP 기업들에게도 결정적 레퍼런스다. 가온칩스·알파칩스·에이디테크놀로지·세미파이브·코아시아세미 등이 대표적이다.
DSP는 삼성 파운드리 공정에 맞는 칩 설계·EDA·IP 최적화를 팹리스에 제공하는 기업인데, 파운드리 공정 성능과 신뢰도는 곧 DSP의 영업력과 직결된다.
따라서 “삼성이 2나노 공정을 실제 상용 칩으로 양산한다는 자체가 DSP 사업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DSP 업계 관계자는 “TSMC 3·2나노 가격이 워낙 높다 보니, 신규 칩 설계 기업들이 삼성 파운드리로 눈길을 돌리는 수요가 분명 존재한다”며 “하지만 3나노 수율 논란으로 주저했던 고객사들이 많았다. 2600은 설계·양산 신뢰성을 입증하는 데 매우 중요한 레퍼런스”라고 말했다.
삼성 2나노 공정의 최대 경쟁 상대는 대만 TSMC다. 하지만 TSMC 2나노는 공정 단가가 매우 높아, 전력 효율·트랜지스터 구동 속도 등에서 삼성 공정이 손색이 없을 경우 고객사가 삼성으로 이동할 여지가 커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 3나노 실패로 생긴 ‘심리적 장벽’을 2나노로 얼마나 제거하느냐가 핵심”이라며 "삼성은 엑시노스 2600을 기반으로 글로벌 팹리스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2나노 프로모션’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2600의 성능·발열·전력 소모 등 초기 리뷰와 데이터는 향후 삼성 파운드리 영업 전략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2나노 공정을 상용 칩으로 구현한 것은 단순한 신제품 출시가 아니다. 이는 삼성 파운드리가 TSMC와의 기술 격차를 좁힐 수 있는가, 그리고 국내 OSAT·DSP 중심 반도체 생태계가 다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는가를 가르는 분기점이다.
특히 정부가 시스템반도체 강국을 외치며 K-반도체 전략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삼성 2나노 공정의 시장 성적표는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된다.
엑시노스 2600이 갤럭시 S26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주는지,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삼성이 글로벌 팹리스와 어떤 고객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는지에 따라 2025년 이후 한국 시스템반도체 생태계의 향방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