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0 뚫던 코스피, 3,800선까지 밀려…“과열 해소 국면, 더 내려가야 산다”

AI 버블·반도체 피로감·기술적 과열…증권가, 추가 조정 가능성 경고...3,500선 진입 시 매력적 매수 구간” 제시

2025-11-24     강신윤 기자
사상 처음 4,200선을 돌파하며 역사적 랠리를 펼쳤던 코스피가 불과 한 달 만에 3,800선까지 후퇴했다.

증시 분위기가 급반전된 가운데 증권가는 “조정은 불가피했다”며 추가 하락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동시에 “과열 해소가 진행될수록 장기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24일 신한투자증권과 현대차증권이 발표한 보고서는 최근 코스피 약세를 ‘과열 해소 과정’으로 규정하면서도, 향후 3800선 붕괴 여부가 깊은 조정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차증권은 “코스피는 11월 들어 6.2% 하락하며 대만, 나스닥과 함께 글로벌 증시 약세를 주도했다”며 “특히 5~10월 랠리를 주도했던 반도체·기계 업종에서 매물이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조정의 배경에는 글로벌 AI 투자 버블 논란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AI 인프라 투자가 기업 실적 대비 과도하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AI 수혜로 고평가된 국내 반도체주에도 피로감이 전이됐다는 분석이다.

이어 “기업들이 대출까지 동원해 AI 인프라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향후 이익으로 회수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또 다른 시각은 ‘과열 진정은 필수 과정’이라는 해석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코스피는 9월 이후 단기간 30% 이상 급등하며 기술적으로 이미 위험 구역에 들어섰다”며 “지수 이격도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보다 높아진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즉, 이번 조정은 “오히려 늦은 정상화”라는 평가다. 신한투자증권은 “단기 과열이 극심했던 만큼, 일정 수준 가격·기간 조정은 불가피했다”고 덧붙였다.

증권가가 가장 주목하는 지점은 3,800선 지지 여부다.

신한투자증권은 3,800선 지지 성공 → 얕은 조정(기간 조정)에서 안정화, 3,800선 종가 기준 하향 돌파 → 깊은 조정(가격 조정) 전환 가능성, 3,700 중반 → 과열 해소 + 기술적 정상화의 분기점, 3,500선 → 가격 매력 본격 진입의 조건을 제시했다.

특히 보고서는 “3800이 깨지면 3,500선까지도 가능하다”며 가격 매력 기준으로 3,485포인트를 제시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강세장에서 주요 조정 레벨로 기능했던 구간이다.

4,200 돌파도 이례적이었지만, 3,800 복귀도 시장 변동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AI·반도체·전기차 소재 등 특정 섹터에 매수세가 쏠린 구조적 취약성, 미국 장기금리 변동, 기업 실적 전망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가는 중장기적으로 여전히 “한국 증시의 체력은 살아있다”고 본다. 하지만 전제는 명확하다.

“이번 조정이 끝나야 다음 상승이 열린다”는 과열을 털어내고 가격 메리트를 확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시장은 조정 구간에 진입했으며, 하락폭이 깊어질수록 장기 투자자에게는 ‘싸게 담을 기회’라는 시각이 힘을 얻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