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소부장, 3분기 실적 일제히 ‘턴어라운드’

EV 캐즘 벗어나며 수요 회복…양극재·전구체·정밀부품 기업 모두 반등

2025-11-22     강신윤 기자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둔화(캐즘)가 점차 완화되면서 국내 이차전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이 3분기 일제히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하반기 들어 글로벌 자동차사의 전기차 라인업 조정, 배터리 재고 정상화가 맞물리며 소재·부품 업체들의 출하가 회복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양극재 대표기업 엘앤에프는 2025년 3분기 8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한 6,522억원, 영업이익은 221억원으로 전년 동기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특히 유럽 전기차 시장의 반등으로 미드니켈 양극재 출하량이 직전 분기보다 76% 늘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올해 2분기 이후 자사 양극재가 적용된 신차·업그레이드 모델이 확대되고, 경쟁 소재 대비 가격 격차가 축소된 것도 유리하게 작용했다”며 “향후 출하 증가 흐름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구체 전문기업 에코앤드림도 3분기 누적 매출 1,04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3%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4억원, 순이익 3억원을 기록하며 모두 흑자로 전환했다.

3분기 단일 매출은 350억원으로 68% 급증했다. 전구체 수주 증가에 따라 청주 공장에 이어 새만금캠퍼스의 양산 가동을 시작한 것이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에코앤드림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의 변동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주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며 “여러 글로벌 프로젝트가 논의 중이며 내년에는 신규 제품 계약 등 가시적 성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밀부품 업체 지아이텍 역시 3분기 순이익 약 1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아이텍은 이차전지 코팅 공정에 사용되는 정밀 부품 ‘슬롯다이’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최근 북미 고객사 발주 대응을 위해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 신규 공장을 건설 중이다. 미국 공장은 내년 4월 완공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이차전지 소재·부품 수요는 ESS(에너지저장장치), 데이터센터, 로봇, 방산 등 비(非)전기차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는 만큼 소부장 기업의 실적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판매 둔화가 일부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지만, 배터리 산업은 이제 모빌리티를 넘어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되는 초기 단계”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의 출하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특히 미국 IRA, 유럽 공급망 규제, 글로벌 재활용 시장 성장 등 정책·시장 요인이 장기적으로 국내 이차전지 소부장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