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에프, 국내 유일 ‘LFP 양산’ 기업으로 도약…고밀도 기술로 글로벌 공급망 중심 노린다
中 독주 흔들리는 LFP 시장서 6만톤 체제 구축…IRA·AI 인프라 수요 확대가 성장 뒷받침
2025-11-18 강신윤 기자
기존 삼원계(NCM)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에서 LFP까지 확보하며 중국 중심의 올드 게임을 새 판으로 뒤집을 ‘게임체인저’로 평가받는다.
엘앤에프는 최근 LFP 양극재 전담 법인 ‘엘앤에프플러스’ 설립을 완료하고, 약 3382억원을 투입해 연 6만톤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착공 후 내년 상반기 준공,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건설이 진행 중이다. 현재는 연 100톤 규모의 파일럿 라인에서 고객사 테스트용 제품을 상시 출하하고 있으며, 다수의 고객사 최종 테스트에서 우수 평가를 받았다.
양산 로드맵도 구체적이다. 2025년 하반기 연 3만톤 양산 시작, 2027년 6만톤 양산 체제 달성, 이후 시장 수요에 따라 추가 증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엘앤에프가 자신감을 드러내는 이유는 기술 경쟁력이다. 일반 LFP의 탭 밀도는 2.2~2.4g/cc 수준이지만, 엘앤에프는 2.6g/cc 제품 개발에 성공했고 내년엔 2.7g/cc 초고밀도 제품 양산을 목표로 한다.
이는 입자 미세화, 전구체 합성 최적화, 탄소코팅 균일화 기술 등 여러 공정 개선이 복합적으로 구현된 성과다.
LFP 특유의 가격 경쟁력은 유지하면서 삼원계 미드니켈 수준의 효율을 달성하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글로벌 완성차·배터리 업체들이 중국산 LFP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가장 필요로 하는 ‘프리미엄급 LFP’ 수요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글로벌 전기차용 LFP 양극재 적재량은 90만2000톤, 전년 동기 대비 65.7% 증가했다. 전체 양극재 시장 점유율은 59%로, NCM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시장 1위가 됐다.
이는 전기차 보조금 축소, 중저가 전기차 시장 확대, 가격 민감도 상승으로 인해 전기차 시장의 ‘구조적 리밸런싱’이 일어난 결과다.
여기에 LFP는 ESS(에너지저장장치) 수요 폭증의 핵심 수혜 소재다. 특히 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매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빅테크가 ESS 투자를 늘리고 있다.
현재 글로벌 LFP 생산의 90% 이상은 중국이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IRA를 통해 중국산 배터리에 사실상 제재를 가하고 있고,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내 LFP 공급 공백을 메울 국가가 한국으로 집중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엘앤에프는 이미 공급망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월 국내 주요 배터리 셀 제조사와 LFP 배터리 공급 활성화 협약엥 이어 7월 SK온과 북미 LFP 양극재 공급 협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자금 조달도 역대급이다. 9월 진행된 BW(신주인수권부사채) 공모에는 10조3362억원이 몰려 51.89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국내 BW 역사상 최대 청약대금이다. 조달된 3000억원 중 약 2000억원이 LFP 신규 사업에 직접 투입된다.
권혁원 엘앤에프 공정개발연구소장은 “LFP 국산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국내 유일 양산 체계를 기반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새로운 중심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