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옛 포항역 70층 시행사 완전자본잠식… 신세계건설로 번지는 재무 리스크

4년째 공사 중지 상태, 브릿지 대출 고금리 이자만 쌓이는 구조...매출 ‘0’ 상태서 비용만 늘어나… 재무제표에 손실 그대로 반영...포항프라이머스 자금경색, 내부 보증 통해 책임 떠안을 가능성

2025-11-18     손주락 기자

포항의 랜드마크로 야심차게 추진한 신세계건설 옛 포항역 70층 주상복합 사업이 지역을 견인할 기대주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는 양상이다. 신세계는 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브릿지 대출을 연장하면서 사업 착공을 기약 없이 미루고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사업은 포항지역 최초의 70층 초고층 주상복합 단지로 설계됐다. 총사업비만 해도 1조원대 규모다. 공동주택 1128세대와 호텔, 근린생활시설 등을 포함한 지역의 역대급 대규모 복합개발이다.

그러나 착공 4년째에도 PF(프로젝트파이낸싱) 전환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시행사인 포항프라이머스프로젝트투자금융㈜(신세계건설 95% 자회사)은 잇따른 브릿지 대출 연장과 고금리 부담으로 흔들리고 있다.

사업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 없이 ‘이자 쌓기’만으로 시간을 버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지역경제의 상징으로 기대를 모았던 초고층 주상복합의 실현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본지는 이번 사안을 심층 취재해 사업 구조와 자금 흐름, 책임 주체의 불투명성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편집자주)

▲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영남경제 자료

옛 포항역 부지 70층 주상복합 개발사업이 사실상 멈춰섰다. 시행사인 포항프라이머스프로젝트투자금융㈜(이하 포항프라이머스)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모회사인 신세계건설로 재무 리스크가 확산되고 있다.

4년째 착공이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브릿지 대출의 고금리 이자만 쌓이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포항프라이머스의 2024년 자본총계는 –612억원이다. 자본금 37억5천만원의 16배 규모에 해당하는 결손이 누적됐다.

2021년까지 42억원이던 자본총계는 2022년 음수로 전환된 뒤, 불과 2년만에 완전자본잠식으로 치달았다. 자산은 1410억원, 부채는 2105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400%를 넘는다. 모두 신세계건설로 인수되자마자 벌어진 일이다.

2024년 손익계산서에는 매출이 단 한 건도 없다. 대신 금융비용이 전년 128억원에서 185억원으로 급증했고, 판매비와관리비도 35억원에서 71억원으로 두 배 늘었다.

매출이 ‘0’인 상태에서 비용만 불어난 결과, 법인세차감전순손실은 256억원에 달했다. 사업이 멈춘 사이 이자만 불어나며 손실이 재무제표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장기차입내역을 보면 포항프라이머스는 중소기업은행·디지비캐피탈 등 외부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빌렸으나 만기 연장 과정에서 신세계 계열 유동화전문회사(이터널포항·글로리포항 등)의 비중이 커졌다.

금리는 6.2~11.0%로, 연장 시마다 가산금리가 붙는 구조다. 외부자금 회수가 어려워지자 신세계건설과 신세계프라퍼티가 내부 유동성으로 이자를 메우는 구조가 고착화된 셈이다.

공시 주석에 따르면 신세계프라퍼티는 포항프라이머스의 2020억원 브릿지 대출 중 920억원 규모의 자금보충 및 조건부 채권양수 약정을 제공하고 있다. 신세계건설 역시 종속회사로서 조건부 채무인수와 시공권 포기각서를 제출했다.

형식상 시공사지만, 실질적으로는 보증채무자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다. 그룹 내부에서 이자를 돌려막는 ‘내부 보증형 브릿지’가 된 셈이다.

사업은 4년째 PF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사업계획승인과 인허가는 마쳤지만, 포항시 관계자는 “사업시행자를 통해 연장 사실만 통보받았을 뿐 현재 착공 일정은 없다”고 밝혔다.

포항지역의 분양시장 역시 침체돼있다. 미분양 물량이 늘고, 수익성도 악화돼 PF 전환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가 됐다. 신세계건설은 포항프라이머스의 지분 43.2%를 추가 인수해 95%의 지배력을 확보했지만 여전히 자금흐름은 개선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3년 이상 PF 전환이 안 되는 사업은 금융권이 이미 사업성을 부정한 것”이라며 “결국 신세계건설이 내부 보증을 통해 책임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신세계건설은 본지와의 접촉을 사실상 거부한고 있다. 구체적인 회생 계획도 제시되지 않은 채 포항프라이머스의 자본잠식 리스크는 모회사인 신세계건설의 연결재무로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