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고 학기 중 석면 해체 강행 논란… 환경단체 “학생 노출 우려” 학부모 반발

‘석면 철거’ 2027년까지 추진...학교·교육청 관리 부실 논란...학기 중 공사 원칙 위반 지적...잠복기 후 폐암·석면폐 유발

2025-11-18     강신윤 기자
▲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영남경제 자료

포항제철고등학교가 학기 중 본관동 석면 해체 공사를 강행하면서 학생·교직원 1천여명이 석면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포항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은 “정부가 정한 원칙을 무시한 위험 공사”라며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고, 학교와 교육청의 관리 부실 논란까지 더해지며 파장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포항환경운동연합·환경보건시민센터·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등이 18일 포항제철고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석면 해체는 방학 중에 실시하는 것이 교육부 가이드라인이지만 포항제철고는 9월, 11월에 이어 12월에도 학기 중 공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가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학교 측은 지난 11월 12일부터 20일까지 10일간 본관동 석면 해체 작업을 진행했다. 본관에는 학생 880여 명과 교직원 71명 등 총 951명이 상시 머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석면을 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다는 점에서 학기 중 공사가 특히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석면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섬유 형태로 노출 후 10~50년 잠복기를 거쳐 악성중피종, 폐암, 석면폐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 전국 여러 학교에서 석면 해체 과정의 부실관리로 학생이 장기간 노출돼 사망하거나 치료 중인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교육부는 2027년까지 전국 학교의 석면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며, 대부분의 시·도 교육청은 학기 중 해체 금지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들 단체는 “포항제철고의 경우 이미 9월~11월에도 학기 중 석면 해체를 진행한 이력이 있다”며 “여름방학·겨울방학 등 안전한 기간이 충분함에도 학기 중 공사를 강행한 것은 명백한 행정 실패”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석면 해체 공정이 단순 철거가 아니라는 점이다. 사전조사, 비닐보양, 음압기 설치, 공기 질 모니터링, 폐기물 관리 등 산업안전보건법과 학교환경위생법에 따른 절차를 모두 준수해야 하며, 외부 감리와 전문가 확인까지 필요하다.

이들 단체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학교는 위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1~3차례로 나누어 공사를 분할해 진행했는데, 이는 석면 농도를 높이고 노출 확률을 키우는 방식이라는 지적이다.

이들 단체가 제시한 ‘학생·교직원 준수사항’ 문서에는 ▲공사 기간 본관동 출입 금지 ▲석면 관련 도구·물질 접근 금지 등이 담겼다. 또한 학교 측이 내년·내후년까지 2~3차례 추가 석면 해체 공사를 계획 중이라는 내용도 포함돼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학기 중 석면 철거 즉각 중단 ▲방학 중 일괄 공사 진행 ▲외부 전문가 참여한 석면관리계획 수립 ▲학생·교직원 대상 노출 조사·건강 모니터링 실시 ▲정부·교육청의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학생과 교직원은 매일 학교에 머무르는 만큼 잠재적 위험을 학교가 선제적으로 최소화해야 한다”며 “이번 사안은 포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학기 중 공사를 강행하는 관행이 지속되면 교육 현장의 안전 신뢰가 무너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포항제철고는 2025학년도에도 9월부터 11월까지 학기 중 공사를 계획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는 “향후 건강영향이 나타날 경우 책임 소재가 불가피하다”며 교육청과 정부에 강력한 지도·감독을 촉구했다.

학부모들은 학교와 교육청으로부터 “해당 공사가 안전하다”는 설명을 들었으나, 실제로는 과거 수년간 비슷한 문제가 반복돼 왔다며 강한 불신을 표하고 있다.

지역 환경단체는 “학기 중 석면 해체가 전국 어디서든 재발할 수 있는 만큼, 교육부가 일괄적 지침을 강화하고 관리감독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며 “학생 안전을 위협하는 일은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