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관세 15%·核잠 승인… 한미 ‘초대형 전략 빅딜’ 전면 타결

14일 양국 관세·안보 협상 ‘조인트 팩트시트’ 동시 공개…반도체 최혜국급 대우 확보·우라늄 농축 절차 확대…경제·안보 전 분야 동맹 격상

2025-11-16     강신윤 기자
대통령실과 백악관은 14일 오전 양국의 관세·안보 협상에 대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동시에 공개했다.

지난달 29일 경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및 안보 관련 주요 쟁점에 합의한 지 16일 만이다.

이로써 한미 간 최대 현안이던 무역·안보 협상이 전면 타결됐다.

자동차 관세 인하, 반도체 최혜국급 대우,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승인,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절차 확대 등 국가 핵심 이슈가 모두 포함된 초대형 패키지 합의다.

양국 정상은 14일 ‘조인트 팩트시트’를 동시에 공개하며 “경제·안보·기술을 포괄하는 미래형 포괄적 동맹이 구축됐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직접 브리핑을 열고 “한미 무역·통상 협상과 안보 협의가 최종적으로 타결됐다”며 “우리 경제와 안보를 둘러싼 최대 변수의 불확실성이 제거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경주에서 열린 정상회담 이후 불과 16일 만에 결과물이 정리된 것으로, 이 대통령은 “국익 중심 실용외교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車 관세 25%→15%…반도체는 사실상 최혜국 대우
가장 관심이 집중됐던 한국산 자동차 관세는 25%에서 15%로 인하된다.

팩트시트에는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부품, 원목·목재 제품에 대한 232조 관세를 15%로 조정한다”고 명시됐다.

적용 시점은 표기되지 않았지만, 한국 정부는 “MOU 관련 법안이 제출되는 달의 1일로 소급 발효하는 방식으로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한국보다 교역 규모가 큰 국가와 동등한 조건을 적용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사실상 대만 수준의 최혜국 대우를 확정한 셈으로, 그간 미국의 공급망 정책 속에서 한국이 “비대칭 규제”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해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약품 관세는 15% 상한을 설정하고, 복제약·미생산 천연자원 등은 양국이 상호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한국의 대미 투자도 기존 원칙을 유지했다. 조선·원전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 1500억달러 수준의 투자를 지속하고, 양국이 체결한 2천억달러 MOU 역시 유지된다.

다만 한국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연간 200억달러 이상을 요구하지 않기로 해 과도한 외화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차단했다.

◇美, 한국 핵추진잠수함 건조 공식 승인
이번 협상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안보 분야다.

팩트시트에는 “미국은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하며,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고 명시됐다.

한국이 수십 년 동안 숙원으로 삼았던 핵잠 프로젝트가 공식화된 것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핵잠은 한국 내에서 건조하는 것이 전제”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은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에서 한국의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절차 확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원자력협정(123협정)의 구조적 개정을 예고한 것으로, 한국의 핵연료 자주권이 확대되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 국방비를 GDP 대비 3.5%로 증액하고, 2030년까지 미국산 무기 250억달러를 구매하기로 했다. 주한미군에 대한 330억달러 상당의 포괄 지원 제공도 포함됐다.

양국은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확장억제를 더욱 강화하고, 전작권 전환도 동맹 차원에서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로 했다.

◇北·대만해협까지 포괄…“한미동맹 르네상스 열렸다”
양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고, 북한이 의미 있는 대화로 복귀하도록 압박하기로 했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협력도 명시했다. 대만해협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역내 안보까지 포괄한 것도 특징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합의로 한미동맹의 르네상스가 열렸다”며 “국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국익 중심 외교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역·방위·핵·에너지·기술을 한 번에 다룬 역사적 전략 빅딜”이라며 한국 경제와 안보 체계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