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참사 유족, 수목장지 권한소송 패소…법원 ‘행정소송 대상’ 판단”

2025-11-12     김만영 기자
대구고법 민사3부(손병원 부장판사)는 12일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 대책위원회’가 대구시를 상대로 낸 ‘수목장지 사용권한 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각하했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대책위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각하’는 법원이 소송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본안 심리에 들어가지 않고 절차를 종료하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는 청구 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유골을 안치할 권리 확인을 구하려면 대구시장에게 수목장 사용 허가를 신청한 뒤, 그 결과를 행정소송으로 다투는 것이 적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별도의 합의가 있었다는 이유로 곧바로 권리 확인을 구하는 것은 법률상 분쟁 해결 절차에 맞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사실상 이번 소송이 민사절차의 대상이 아니라 행정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취지다.

이날 법정을 찾은 일부 유족들은 재판부의 각하 결정이 내려진 뒤 10여 분간 항의하며 법정에 남아 있었다.

대책위는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검토 중이며, 재판부의 지적처럼 수목장 허가 신청 후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2003년 발생한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들의 유골 안치 장소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다.

대책위는 희생자 192명 전원의 유골을 팔공산 시민안전테마파크 내 수목장지에 안치할 권한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4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시민안전테마파크에는 32구의 유골만 안장돼 있으며, 나머지는 칠곡군 지천면 대구시립공원묘지나 개인 선산 등에 분산돼 있다.

대책위는 “대구시와의 협의에 따라 32구만 우선 안장한 것”이라 주장했지만, 대구시는 “그런 합의는 없었다”고 반박해 갈등이 이어져 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양측이 포괄적 합의를 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었다. 항소심에서는 아예 소송 요건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각하로 결론이 났다.

대책위는 이번 판결과 별개로 대구시의 행정절차와 유족 협의 과정에 대한 행정감사를 중앙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여 년이 지난 참사의 상처가 여전히 완전히 봉합되지 못한 채 법적·행정적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