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전망치 ‘춘추전국시대’…7,500에서 4,500까지 극단적 엇갈림
KB “장기 강세장 진입”, 키움 “관세·인플레 리스크 여전”…투자자 혼란 가중
2025-11-11 강신윤 기자
일부는 장기 강세장을 예상하며 7,000포인트 이상을 제시하는 반면, 보수적인 전망은 4,500선에 그쳐 투자자들은 “어떤 전망을 믿어야 하느냐”며 혼란을 호소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한 곳은 KB증권이다. KB는 코스피 상단을 7,500포인트로 제시하며 “1984년 ‘3저 호황(저달러·저유가·저금리)’ 국면과 유사한 장기 상승장 초입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KB증권은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실적 호조, 내년 코스피 영업이익의 역대 최대치 가능성, 글로벌 대비 저평가된 밸류에이션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어 “코스피 PBR은 1.4배로 글로벌 증시 평균(PBR 3.5배) 대비 큰 폭으로 할인되어 있다”며 “향후 글로벌 자금 유입이 확대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키움증권은 가장 낮은 전망을 내놓았다. 키움은 내년 코스피 상단을 4,500으로 제시하며 “반도체·신성장 산업은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전통 제조업 부진과 관세·물가 상승 등의 외부 리스크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재부각되며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포함됐다.
한국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은 코스피 상단을 4,600포인트, 신한투자증권은 5,000포인트로 제시하며 비교적 중립적 전망을 제시했다.
신한은 “2026년 대규모 재정 부양책의 효과가 유지되면서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미·중 갈등, 미국 중간선거 등 변동성 요인도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전망이 크게 엇갈리면서 투자자들은 혼란을 호소한다. 5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증권사마다 전망이 다 달라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증권사의 연말 코스피 전망치는 해마다 실제 흐름과 크게 어긋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
KB증권은 지난해 올해 코스피 상단을 2,980으로 잡았고, IBK투자증권은 2,830포인트, 한투·키움증권은 각각 2,800포인트, 3,000포인트로 전망했다.
그러나 올해 코스피는 반도체 랠리에 힘입어 사상 처음 4,000선을 돌파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신용잔고가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증권사 전망만 지나치게 신뢰하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며 “시장 과열 국면에서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전망과 실제 시장 간 괴리가 반복되는 데 대해 업계에서는 구조적 원인도 지적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일부 리서치센터의 목표가가 비현실적으로 낙관적이거나 보수적인 이유는 고객 유치와 거래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리서치센터가 단기 자금 유입을 노린 보고서를 내기보다 기업의 펀더멘털에 기반한 객관적 리포트를 강화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스피가 새로운 상승 국면에 진입했는지, 아니면 변동성 확대의 초입인지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분분하다.
분명한 것은, 전망치의 ‘양극단’이 투자자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