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또다시 안전사고 악재… 그룹 ‘안전경영’ 도마 위에
포항제철소서 ‘유해가스’ 노출...하청노동자 사망 1명 부상 3명...포스코이앤씨 이어 중대재해...안전교육 확대에도 사고 반복
포스코그룹이 포스코이앤씨의 중대재해 사고 여파가 숙지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산업현장에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악재가 터졌다. 부실한 안전경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5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유해 화학물질로 추정되는 가스가 누출돼 하청 노동자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그룹의 안전관리 체계가 근본적 시험대에 올랐다.
포스코이앤씨의 중대재해와 맞물리며 “안전우선”을 외쳐온 그룹의 대외 메시지와 현장 현실 간 괴리가 드러난 셈이다.
사고는 이날 오전 9시께 포항제철소 스테인리스 공정 설비 사전 점검 도중 발생했다. 작업자들은 호흡곤란과 흉통을 호소했고, 54세 근로자는 병원 이송 중 숨졌다.
나머지 3명은 30대 근로자로 화상 증상을 보였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포스코가 약 2시간이 지난 뒤에야 소방당국에 신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초기 대응 지연 논란도 불거졌다.
소방과 경찰은 누출된 물질이 불산 또는 질산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라인을 즉시 작업 중지하고 보호구 착용·유해물질 관리·신고 체계 등 안전조치 이행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현장 관리 미비를 넘어 그룹 전체 리스크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들어 건설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이어지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면허 취소 및 공공입찰 제한 가능성을 언급하며 경고 수위를 높였다.
앞서 포스코이앤씨는 전국 현장을 일시 중단시키고 “안전 최우선” 원칙을 재확인했지만, 현장 사고는 멈추지 않았다.
포스코그룹은 최근 몇 년간 안전문화 혁신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왔다.
포항제철소 내 글로벌안전센터 운영, 협력사·하도급사 대상 정기 안전교육, BIM 기반 3D 안전훈련 도입 등 안전 역량 강화를 강조해온 것이 대표적이다.
광양제철소는 협력 운송사 대상을 ‘찾아가는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하며 운송 안전까지 관리 영역을 확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형식적 교육과 실행력 간 간극”을 지적한다.
특히 원·하청 다단계 구조 속에서 안전책임 체계가 분산되고, 일부 공정에서 작업 일정과 원가 압박이 안전보다 우선되는 문화가 여전히 잔존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산업안전 전문가는 “교육과 캠페인만으로 조직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며 “현장 권한 강화, 즉시 작업중지권 실효성 확보, 사고 보고·초동대응 프로토콜 정착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SG 평가와 투자자 신뢰 측면에서도 부담이 커진다.
글로벌 대형 철강사들은 수소환원제철과 친환경 전기로 전환 등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가운데, 안전 리스크는 ESG 평가요소로 직결된다.
포스코 역시 친환경 강재·2차전지 소재 등 미래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연이은 안전사고는 정부 규제 리스크와 함께 해외 투자자 인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역 반응도 싸늘하다. 포항은 포스코의 핵심 생산기지이자 지역경제 축이다.
그러나 반복되는 사고에 지역사회는 “세계 최고 기술을 말하면서 정작 현장은 못 따라가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포항 지역 산업계 관계자는 “탈탄소·첨단소재 전략은 중요하지만, 기본인 안전이 흔들리면 모든 계획이 저해된다”며 “그룹 차원의 구조적 진단과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사고 경위를 면밀히 조사하고 관계기관과 협조해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포스코가 ESG 시대 글로벌 철강 리더십을 유지하려면, 현장 안전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단순한 교육과 선언을 넘어, 원·하청 통합관리, 안전비용 분리·확대, 즉각 대응 시스템 강화 등 작동하는 안전시스템이 없이는 신뢰 회복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