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신세계 옛 포항역 70층, ‘기대주’에서 ‘천덕꾸러기’ 신세 됐나

주상복합 개발사업 브릿지 대출 올해만 벌써 세 번째 연장...PF 전환 불가능 상태… 금리 최대 11% 연 이자 180억 달해...착공은커녕 모델하우스 개관 일정 없이 개발 ‘깜깜무소식’

2025-11-04     손주락 기자

포항의 랜드마크로 야심차게 추진한 신세계건설 옛 포항역 70층 주상복합 사업이 지역을 견인할 기대주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는 양상이다. 신세계는 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브릿지 대출을 연장하면서 사업 착공을 기약 없이 미루고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사업은 포항지역 최초의 70층 초고층 주상복합 단지로 설계됐다. 총사업비만 해도 1조원대 규모다. 공동주택 1128세대와 호텔, 근린생활시설 등을 포함한 지역의 역대급 대규모 복합개발이다.

그러나 착공 4년째에도 PF(프로젝트파이낸싱) 전환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시행사인 포항프라이머스프로젝트투자금융㈜(신세계건설 95% 자회사)은 잇따른 브릿지 대출 연장과 고금리 부담으로 흔들리고 있다.

사업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 없이 ‘이자 쌓기’만으로 시간을 버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지역경제의 상징으로 기대를 모았던 초고층 주상복합의 실현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본지는 이번 사안을 심층 취재해 사업 구조와 자금 흐름, 책임 주체의 불투명성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편집자주)


①끝없는 브릿지 연장… 신세계건설, ‘이자만 쌓이는 70층 포항역 개발’

ⓒ윤주희 기자

신세계건설이 오는 6일, 옛 포항역 부지 주상복합 개발사업의 브릿지 대출을 또 한 차례 연장할 예정이다.

올 들어 2월과 5월에 이어 올해만 세 번째다. 금리는 최대 11%까지 치솟았고, 연간 이자 부담만 180억원에 달하지만 사업은 여전히 멈춰 있다.

포항프라이머스프로젝트투자금융㈜(이하 포항프라이머스)은 신세계건설이 지분 95%를 보유한 자회사로, 옛 포항역 부지에 공동주택·호텔·근린생활시설 등을 짓는 도시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2022년부터 현재까지 총 2020억원 규모의 브릿지 대출을 받아 추진되고 있으나, 포항지역의 얼어붙은 부동산시장과 사업성 악화로 PF(프로젝트파이낸싱) 전환이 불가능한 상태다.

현재 포항프라이머스의 장기차입 구조는 이터널포항제일차㈜·제이차㈜ 등 유동화전문회사 4곳을 통해 얽혀 있으며, 각 차수별로 가산금리가 붙는 형태다. 초기에 6.23%였던 금리는 7.53%, 9.97%, 최근에는 11%까지 올랐다. 연장 시마다 이자율이 인상되면서 부담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회사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브릿지 차입 총액은 2020억원이며, 연간 이자비용은 약 180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920억원은 신세계건설의 특수관계사인 신세계프라퍼티가 ‘자금보충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이자만 쌓아 연명하는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포항프라이머스는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포함한 인허가 절차를 모두 마쳤다. 그러나 포항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분양을 자체적으로 미루고 있다. 착공은커녕 모델하우스 개관조차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사업성이 약화된 상태에서 이자만 쌓이며 만기를 연장하는 것은 실질적인 부실을 늦추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항시 관계자는 “시에서도 사업시행자를 통해 연장 사실을 통보받았으며, 만기 대응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현재까지 실질적 공정 진척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신세계건설은 지난 2024년 2월 포항프라이머스의 지분 43.2%를 추가 인수하면서 최대주주(95%) 지위를 확보했다. 당시 회사 측은 “사업 정상화를 위한 책임 강화”를 이유로 들었지만, 이후에도 자금 흐름은 개선되지 않았다.

포항프라이머스의 주요 자산은 건설용지 1235억원이며, 이 중 대부분이 브릿지 대출 담보로 묶여 있다. 유동부채는 2천억원을 넘어서며, 자본총계는 마이너스로 전환된 상태다.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이다.

한 건설금융 전문가는 “브릿지는 원래 단기 유동성 확보용인데, 이렇게 3년째 연장하는 건 극단적”이라며 “PF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신세계건설이 보증채무를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역 부지 개발사업은 2021년 착수 이래 4년째 정체돼 있다. 신세계건설은 오는 11월 연장 이후 구체적인 분양 일정이나 신규 자금 조달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본지는 포항시를 통해 신세계건설에 연락을 시도하고자 했으나 시 관계자는 “현재 신세계건설이 답변할 상황이 되지 못한다며 연락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