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사상 첫 4,200 돌파…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에 ‘신고가 행진’

AI 반도체 랠리에 삼성·하이닉스 동반 급등…“국내 증시 새 국면 진입” 평가

2025-11-03     강신윤 기자
코스피가 대형 반도체주의 폭발적 매수세에 힘입어 사상 처음 4,200선을 돌파했다.

엔비디아의 대규모 GPU 공급 발표와 젠슨 황 CEO의 방한 효과가 지속되며 글로벌 AI 공급망의 중심축으로 한국 기업이 부상했다는 기대감이 증시에 불을 붙인 모습이다.

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14.37포인트(2.78%) 오른 4,221.87에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로, 장중 한때 4,221.92까지 치솟으며 기존 기록을 갈아치웠다.

상승률 역시 지난 4월 10일(6.6%)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당시 미국의 상호관세 90일 유예 조치가 촉매 역할을 했지만, 이번 랠리는 기업 실적과 구조적 산업 사이클 기대에 기반해 시장 체감 온도가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개인과 기관이 각각 6,514억 원, 1,855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반면 외국인은 7,963억 원 순매도했다.

코스피200 선물 시장에서도 외국인은 2,452억 원 규모 ‘팔자’ 우위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차익 실현 흐름 속에서도 국내 기관과 개인의 매수세가 지수를 견인한 점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증시에서도 기술주 투자 심리가 살아났다. 전일 뉴욕증시는 애플·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이 시장 예상치를 웃돈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3대 지수 모두 상승했다.

다만 연방준비제도(Fed) 내 매파 발언이 잇따르며 12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다소 후퇴한 점은 변수로 남는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0월 FOMC 금리 인하는 성급했다”며 추가 인하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내에서는 반도체 업종의 ‘초강세’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SK하이닉스는 10.91% 급등하며 사상 첫 62만 원대를 돌파했고, 삼성전자는 3.35% 상승해 11만 원 선을 넘어 신기록을 썼다.

증권가 목표가 상향이 잇따르는 가운데 엔비디아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총 26만 장의 GPU 공급 계획을 밝힌 것이 결정적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젠슨 황 CEO의 “삼성도, 하이닉스도 필요하다”는 발언은 한국 반도체가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조선·방산 대형주도 호실적을 바탕으로 강세를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6.44%), 현대로템(6.07%), HD한국조선해양(1.16%) 등이 오르며 지수 상승에 기여했다. 두산은 7.27% 급등, 주가 100만 원을 돌파하며 ‘황제주’ 반열에 올랐다. 다만 기아(-1.83%), LG화학(-1.13%), 카카오(-0.92%) 등 일부 대형주는 약세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5.42%), 전기가스(4.90%), 증권(2.81%) 등이 강세였으나 통신(-1.00%), 건설(-2.43%), 제약(-0.14%) 등은 하락했다. 상승 폭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전체 종목 중 하락 종목이 615개로 상승 종목(288개)을 크게 웃돈 것은 여전히 대형주 편중 장세임을 보여준다. 코스닥지수는 1.57% 오른 914.55로 마감했다.

증권가에서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 한국 기업이 핵심 수혜를 받고 있다”며 중장기 성장 모멘텀을 강조했다.

이어 “엔비디아의 대규모 칩 공급 발표 이후 데이터센터 증설 기대감이 본격화되며 코스피가 새로운 랠리 구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기술주 중심 랠리 속에서 중소형주·내수주는 여전히 부진해 시장 체력이 확인돼야 한다”며 “금리·환율·외국인 수급 변수도 지속 점검 필요”라고 경고했다. 이날 환율은 4.4원 오른 1,428.8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코스피 4,200 돌파는 상징적 분기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AI 슈퍼사이클이 한국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가운데, 실적 모멘텀이 이어질 경우 단기 조정 시 매수 기회를 찾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조언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