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가흥동 산 깎아 아파트 짓는다… 절토 37m ‘산림훼손 논란’

대지 고작 0.3%뿐인 임야에 12층 높이 아파트 건립할 계획...37m 절토·1.1km 옹벽 필요… 일조·소음·안전 모두 ‘적신호’

2025-11-02     손주락 기자
ⓒ윤주희 기자

영주시내 대단위 산지를 훼손해 아파트를 건립할 계획이 알려지자 논란이 일고 있다. 12층 높이의 건물만큼 산림을 드러내면서 자연환경훼손, 소음 및 일조장해 등의 문제도 노출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주시 가흥동 703-2번지 일원에 추진 중인 공동주택 건립사업은 총면적 6만6788㎡ 규모로, 사업시행자는 ㈜D산업이며 영주시가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곳은 지난 2017년 지역주택조합 형식으로 추진했다가 좌초된 바 있다.

문제의 사업지는 대부분이 전체 면적의 91.4%(6만1052㎡)에 달하는 임야라는 점에서 논란을 더하고 있다. 아파트가 들어서기 적합한 지목인 대지는 227㎡로 고작 0.3%에 불과한 실정이다.

개발을 위해서는 최대 37m를 절토해야 하며 1.1km 연장의 옹벽 설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산을 거의 깎아내 평지를 만드는 수준”이라며 지형 안정성, 토사 유실, 산사태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산림 훼손에 그치지 않는다.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전체 790세대 중 199세대가 법적 일조 기준 또한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조 확보율은 74.81%로,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특히 111동의 경우 50세대 중 절반에도 못 미치는 23세대(46%)만 일조 기준을 충족했다. 사업자는 별도의 일조장해 대책을 내놓지 않아 자체 단지 내 동 간 차폐로 발생한 문제라는 이유로 외면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일조권은 단순한 외부 민원 문제가 아니라 입주민의 기본적 주거권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한 건축 전문가는 “일조 확보율이 75% 미만이면 단지 배치 자체에 구조적 결함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런 단지는 분양 후 민원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소음 문제도 심각하다. 공사 시 예측소음도는 최대 77.3dB(A)에 달해 법적 기준(65dB)을 12dB 이상 초과했다. 주거지, 종교시설, 학교 등 23개 지점 중 13개 지점이 법적 기준을 넘겼다.

이는 공사장 인근 주민의 일상생활은 물론 학습, 종교 활동 등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사업자는 가설방음패널 설치를 통해 저감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으나, 저감 후 예측소음도는 64.9dB로 기준선에 0.1dB 차이로 맞춰졌다.

전문가들은 “0.1dB은 협의를 위해 문서상으로만 기준만 충족한 수준”이라며 “공사 과정에서 소음이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체감 소음은 평가치보다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대구지방환경청은 “주요 사면 발생 구간에 대해 비탈면 안정 검토를 실시하라”는 의견과 “주거지역 등의 예측소음도가 소음규제기준과 매우 근접하므로, 공사 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형식적인 의견만 제시했다.

절토 규모나 공사 시 소음, 주민 피해 가능성에 대한 추가 검토는 이뤄지지 않았다. 영주시는 이 평가서를 근거로 사업 승인을 추진 중에 있다.

환경 전문가 A씨는 “산지 절토가 35m를 넘고 일조 확보율이 75%에 미달하는데도 사업을 승인하려는 것은 행정이 사업자 편의에 치우친 결정으로 보인다”며 “환경영향평가를 단순 서류 검토 절차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업은 아직 최종 승인되지 않았지만, 영주시가 별다른 보완 요구 없이 승인 절차를 밟고 있어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일조장해와 소음뿐 아니라, 절토·옹벽 규모가 지반 안전성과도 맞물려 있는 만큼 향후 집중호우나 사면붕괴 등의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영주지역 환경단체 관계자는 “산을 깎아 만든 아파트가 과연 안전하겠느냐”며 “여기에다 햇빛도 없는 집을 짓겠다는 게 시민을 위한 행정이냐”고 반발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