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000·코스닥 900 시대…“지수 상승, 부담도 최고조”
“유동성 장세 정점 통과”…중소형·성장주로 자금 이동... “지수보다 종목”…AI·2차전지·바이오 등 가치사슬 주목...“코스피 4000은 통과점…이제부터 진짜 실력장세”
2025-10-29 강신윤 기자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랠리가 양대 지수를 밀어올렸지만, 시장 내부에서는 “유동성 장세의 정점에 도달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대형주 대신 실적 기반이 탄탄한 중소형·성장주로 자금이 이동하는 ‘순환매 장세’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7일 코스피는 장중 4000선을 돌파하며 종가 기준 4042.83으로 거래를 마쳤다. 사상 최고치다.
같은 날 코스닥도 900선을 돌파하며 ‘900닥’ 시대를 열었다. 지수는 902.70으로 마감, 기술·바이오·AI 관련 성장주가 급등세를 주도했다.
다만 이튿날인 28일에는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양대 지수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대신증권은 “코스피는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으로 밸류에이션이 고점에 근접했다”며 “기계·철강·화학·IT하드웨어 등 경기민감주는 실적 개선 기대가 선반영돼 고평가 구간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IBK투자증권도 “코스피 5000 전망은 다소 과도하다”며 “환율과 경기지표를 감안하면 실제 펀더멘털이 주가에 비해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구간에서는 비중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며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장에서는 ‘대형주 중심 장세의 피로감’이 누적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AI·반도체 중심의 대형주 랠리는 정점을 통과했다”며 “이제는 실적과 성장성을 겸비한 중소형주, 특히 코스닥 성장주로 자금이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연말 배당을 앞두고 차익 실현 움직임이 강화되는 시점이라, 일부 과열 종목에서는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자금 이동의 또 다른 변수로는 연말 IPO(기업공개) 시장의 활황이 꼽힌다.
11~12월에만 코스닥 17개 종목이 공모 청약에 들어가며, 더핑크퐁컴퍼니·그린광학·큐리오시스 등 성장성 높은 기업들이 대기 중이다.
유진투자증권은 “명인제약·노타 등 최근 IPO 흥행이 이어지며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있다”며 “하반기 IPO 시장은 대형주보다 기술력과 실적을 갖춘 중견·혁신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관의 의무보유확약이 강화되면서, 공모주 시장의 신뢰도도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평가다.
증권업계는 코스닥이 900선을 넘어섰지만 시장은 과거처럼 ‘일괄 상승’이 아닌 ‘선별 장세’로 전환 중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어 “2차 랠리는 실적이 검증된 종목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며 “AI 반도체 부품, 2차전지 장비·소재, CMO(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등에서 새로운 주도주가 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지수 상승이 곧 전 종목 상승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내년 장세의 성패는 이익 성장률이 뒷받침된 중소형주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자산운용사도 “코스피 대형주는 대부분 목표주가 상향이 이미 반영돼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라며 “개인 투자자들이 코스닥 ETF나 중소형 성장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반도체 2차 공급망, AI 반도체 부품, 중견 2차전지 소재기업 등 대형주의 후방 가치사슬에 속한 종목들이 새 주도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29일 오전 11시 기준 코스피는 전일 대비 1.61% 오른 4074.95를 기록하며 장중 최고가를 또 경신했다. 코스닥은 0.35% 내린 900.17로 혼조세를 보였다.
4000과 900의 상징적 숫자 뒤에는, 대형주 랠리의 열기와 중소형 성장주의 부상이 교차하는 ‘분기점’이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