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을 견인하는 파급력 큰 건설경기는 침체, 소비·수출이 버팀목…2025년 성장률 0.9% 전망

3분기 건설투자 6% 이상 감소, 안전사고·공사 지연 여파…내년은 내수 중심 회복 예상

2025-10-23     김수정 기자
▲ 건설투자 부진에도 불구하고 소비와 수출이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이며 연간 성장률 0.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
국내 경기의 두 얼굴이 뚜렷해지고 있다. 23일 발표한 ‘경제상황 평가(2025년 10월)’에 따르면, 올해 우리 경제는 건설투자 부진에도 불구하고 소비와 수출이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이며 연간 성장률 0.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8월 전망치와 거의 일치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건설 부문은 경기 회복세의 발목을 잡고 있다. 3분기 건설기성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9% 감소, 전 분기 대비로도 6.1% 줄어들며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은행은 안전사고에 따른 공사 지연, 신규 착공 둔화, 지방재정 악화 등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2024년 말부터 이어진 현장 공정 지연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셈이다.

반면 소비는 꾸준히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3분기 중 소매판매액은 전년 대비 2.5% 증가했고, 카드사용액도 늘면서 민간 소비 심리가 살아나는 모습이다. 정부의 소비쿠폰 지급과 증시 회복 등 심리 개선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수출도 선전했다. 9월 통관수출은 659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2.6% 증가, 특히 반도체 부문이 전체 증가분을 견인했다. 다만 한국은행은 미국의 고율 관세 확대가 연말부터 수출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철강·자동차 등 주요 품목의 대미 수출은 이미 감소세로 전환했다.

내년(2026년)에는 금리 인하 효과와 확장적 재정정책이 맞물리며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건설경기 회복은 여전히 더디다. 한은은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민간 건설투자 심리가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며 “건설업 고용 부진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건설업 취업자 수는 올해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며, 전체 고용 증가폭(연간 17만 명)을 제한한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내년에도 취업자 수 증가폭은 13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물가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 근원물가는 2.0%로 각각 목표 수준 근방에 머물렀다. 다만 미국의 관세정책, 환율 변동성, 국제유가 흐름 등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건설경기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경기회복의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건설산업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고용을 견인하는 파급력이 큰 산업이기 때문이다.

한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소비와 수출이 단기적으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건설경기 위축이 지속되면 지방경제를 중심으로 고용 불안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공공·민간 부문이 협력해 인프라 프로젝트 정상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