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한 앞두고 ‘3500억달러 대미 투자’ 막판 줄다리기… 관세 완화·환율 변수 ‘한미 경제 협상’ 분수령

트럼프 “선불 투자” 고집…한국 “장기 분납 불가피”…관세 완화는 일단 긍정적이지만, 품목별 관세 ‘시한폭탄’ 여전

2025-10-26     강신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 양국이 3500억달러(약 504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을 두고 최종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액 현금 선불 투자’를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재정 여력을 고려해 신용보증과 장기 분납 방식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30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는다.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상호관세율을 현행 25%에서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대규모 대미 투자 펀드 구성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투자 규모와 납입 방식, 수익 배분 등 세부 항목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협상 타결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건 선불(up front)이다”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자 외환시장 불안도 커지고 있다.

협상 소식이 처음 전해진 7월 말 원·달러 환율은 1390원대였으나, 9월 이후 1440원대로 급등했다. 이 기간 펀드의 한화 환산 규모도 487조원에서 504조원으로 불어났다.

정부는 현실적으로 일시 투자액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이 1년에 쓸 수 있는 재원은 최대 200억달러 수준”이라며 “직접 투자와 대출·보증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전액 현금 투자 요구는 다소 완화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이 결국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방한 기간 정치적 실리를 챙겨야 하는 만큼 절충점을 찾을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나는 자리에서 결렬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며 “현금과 보증이 섞인 장기 투자 방식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매년 250억달러씩 8년간 총 2천억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하고, 나머지 1500억달러는 신용보증 형태로 충당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경우 국내 투자 재원이 위축되고 고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병호 부산대 교수는 “1년에 150억달러만 투자해도 우리 돈으로 20조원이 넘는다”며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면 결국 내수와 고용이 위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협상 타결 이후에도 남는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알루미늄 등에 최대 50%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반도체와 의약품 등으로 품목 확대를 검토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최대 100% 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이 일단락돼도 품목별 관세 폭탄이 남아 있어 완전한 불확실성 해소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한미 정상 간 담판이 환율 안정과 산업 수출에 어떤 파장을 낳을지, 한국 경제의 향방은 이번 주말 경주에서 가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