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기업회생 장기화…매장 기반 공모펀드 ‘감사 거절’ 3연속
“임대료 체불·공정가치 평가 중단…투자자 손실 현실화 우려”
2025-10-22 김수정 기자
펀드 만기 연장과 배당 중단이 이어지며 수천억 원대 투자자금 손실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유경PSG자산운용은 ‘유경공모부동산투자신탁제3호’ 펀드가 제22기(올해 5월 21일~8월 20일) 회계감사에서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 판정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지난 4월 제20기 회계감사 이후 세 차례 연속이다.
펀드는 홈플러스 울산점·구미 광평점·시화점 등 3개 점포를 기초자산으로 하며, 총 3002억원 규모다.
이 중 1073억원은 공모펀드로, 나머지 약 2000억원은 담보대출로 조달됐다. 판매 주관사는 DB금융투자, SK증권, KB증권이다.
문제의 발단은 홈플러스가 지난해 12월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데 있다.
회계감사인은 홈플러스 측으로부터 부동산 및 실물자산 평가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받지 못했고, 다른 방법으로도 검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홈플러스의 임대료 체불과 임대차계약 불확실성으로 인해 공정가치 평가가 중단되면서 회계 감사 자체가 불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유경PSG운용은 지난해부터 점포 매각을 통해 펀드 청산을 시도했지만, 매수자 부재로 2년째 매각이 지연되고 있다.
이에 올해 초 펀드 만기를 2028년 2월까지 3년 연장했다. 하지만 2023년 이후 배당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올해 역시 임대료 미납으로 배당 재원이 소진돼 수익률은 최근 6개월 기준 -0.58%로 떨어졌다.
같은 구조의 이지스자산운용 ‘이지스코어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126호’ 역시 유사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이지스운용은 2017년 홈플러스 전주 효자점을 매입하며 667억원을 공모로, 1075억원을 대출로 조달했으나, 지난달 공정가치 평가에서 자산 가치가 전년 대비 10% 하락하면서 기준가가 29% 폭락했다.
업계는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가 길어질수록 공모펀드 투자자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회생 계획안 제출 마감일인 11월 10일까지 우선협상자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점포 매각이 무산되고 펀드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현재 홈플러스는 공개경쟁입찰을 진행 중이며,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은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가 전 M&A 의지는 확고하다. 회생해야 한다. 무조건 해야 한다”며 청산이 아닌 매각을 통한 회생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홈플러스의 매각 절차가 지연될 경우, 관련 공모펀드들이 ‘개점 휴업’ 상태로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특히 홈플러스가 매각에 실패할 경우, 점포 자산 가치 하락과 대출 이자 부담이 겹쳐 공모펀드 시장 전체의 신뢰도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