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거의1지구 체비지 매각 ‘딜레마’ 확정손실 110억원… 실패하면 더 커진다
준공 반년 만에 공매 돌입했지만 유찰 우려 짙어...110억 손실, 279억 전출금 회수 갈 길 멀다...접근성 등 입지 여건 불리…매각금액 현실성 결여
구미시가 준공 반년 만에 거의1지구 도시개발사업에서 발생한 체비지 매각에 나섰다. 이 사업은 구미시가 직접 시행했지만 이미 막대한 손실을 확정한 상황이다.
구미시는 뒤늦게 체비지 매각에 나섰지만, 여전히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과 해결되지 못한 입지 한계 등으로 인해 대규모 유찰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거의1지구는 입찰가대로 매각된 경우를 상정하더라도 이미 110억원이 넘는 손실이 확정돼있다. 이번 매각이 실패로 이어질 경우 시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손실은 더 커질 전망이다.
구미시는 이달부터 오는 12월까지 거의1지구 내 체비지 119필지를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를 통해 3차례 순차적으로 매각한다. 1차 공고는 지난 14일에 게시됐으며, 입찰 마감은 오는 22일이다.
1차에 공개된 물량은 모두 43개 필지로, 이 중 단독주택용지가 40필지, 근린생활시설용지가 3필지다. 구미시는 1차 매각이 끝난 뒤 유찰 물량을 재공매한 뒤, 2회 이상 유찰된 필지는 수의계약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입찰공고에 제시된 감정가는 단독주택용지의 경우 평(3.3㎡)당 256만~336만원, 근린생활시설용지는 450만~500만원 대로 책정됐다. 구미시 관계자는 “사업비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같은 가격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가격이 구미시내 일반 택지 시세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교통 접근성과 생활 인프라가 떨어지는 거의1지구의 입지를 고려하면 “가격만 높고 경쟁력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현재 구미시 단독주택용지 시장은 거래가 거의 멈춘 수준인데, 입지 여건이 훨씬 떨어지는 거의1지구를 같은 시세 수준으로 매각하는 건 현실성이 없다”며 “결국 유찰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거의1지구는 구미시가 46만1715㎡ 부지에 1153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도시개발사업으로, 지난 5월 준공됐다.
그러나 준공 이후 반년이 지나도록 체비지 매각이 이뤄지지 않아 구미시 재정이 묶인 채로 부담만 커졌다. 시는 이미 지난해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 마련된 279억원을 전출금으로 편성해 사업비를 메운 바 있다.
구미시 관계자는 “준공 이후 환지 절차까지 마무리돼 더 이상 매각을 미룰 수 없었다”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지만 자금 회수를 위해 매각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구미시는 유찰이 반복될 경우 동일한 가격으로 재공매를 실시할 계획이다. 다만 시장 반응이 냉담할 경우 김장호 시장이 직접 매각 상황을 검토해 가격 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이미 확정된 110억원의 손실이 늘어나는 구조가 된다. 구미시 관계자는 “두 차례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이 가능해진다”며 “그때 발생하는 일정한 협상 여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접근이 단기적 자금 회수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오히려 무리한 매각으로 계약률이 턱없이 낮게 나온다면 거의1지구의 이미지에 타격을 줘 사업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도시개발 전문가는 “지금 같은 부동산 불황기에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하면 계약률이 10%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체비지가 장기간 유찰될 경우 구미시가 공공사업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거의1지구는 이미 110억원이 넘는 손실이 확정된 상태다. 여기에 전출금 279억원에 대한 이자 부담(연 2.83%)까지 감안하면, 장기 미 매각 시 재정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결국 이번 매각은 단순한 토지 처분이 아니라, 시민 세금으로 메워진 적자를 줄일 수 있느냐의 시험대인 셈이다.
도시개발 전문가는 “구미시가 사실상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매각을 강행하는 상황”이라며 “가격을 현실화하지 못하면 매각 실패로, 가격을 낮추면 재정 손실로 이어지는 이중의 압박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준공 이후 반년간 묶여 있던 체비지가 이제 시장에 풀리지만, 냉각된 시장 상황 속에서 그 결과는 불투명하다.
가격 인하 없이 매각이 이뤄지기 어려운 현실, 그렇다고 가격을 낮추면 손실이 커지는 딜레마 속에서 구미시는 시민 세금으로 조성한 개발사업의 후폭풍을 온전히 감당해야 할 처지다.
시간이 지나면서 체비지 가치가 떨어지고, 남는 것은 미매각 토지와 불어난 이자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구미시가 이번 매각을 통해 ‘혈세 회수’의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아니면 실패한 도시개발의 전형적인 모습을 남길지 주목된다.
손주락·백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