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 세계 최초 동전 크기 초소형 분광기 개발

빛의 파장과 편광 동시 측정 가능한 메타렌즈형 장치 세계 최초 구현하다

2025-10-15     김수정 기자
▲ 노준석 POSTECH 교수 ⓒ포스텍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연구팀이 기존 분광기의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빛의 색과 회전 방향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초소형 분광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노준석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교수와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박유진 씨 연구팀의 이번 성과는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현지 시각 1일 게재됐다.

분광기는 빛을 분석해 물질의 성분이나 상태를 파악하는 장비로, 병원 혈액 검사부터 음식 안전성 검사, 환경 오염 측정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하지만 기존 분광기는 크기가 크고 복잡한 구조를 가져야 했으며, 특히 빛의 파장과 편광을 동시에 분석하려면 더욱 많은 장비가 필요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메타표면(metasurface)' 기술로 해결했다. 메타표면은 나노미터(nm) 크기의 미세한 기둥 수십만 개를 정밀하게 배열한 구조로, 각 기둥이 특정 각도로 비틀어져 있어 빛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핵심 원리는 이 기둥들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회전시켜 배치함으로써, 동일한 색의 빛이라도 편광 방향에 따라 초점이 맺히는 위치를 다르게 만드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빛의 색과 회전 방향을 동시에 판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특히 질화규소(Si₃N₄)를 소재로 사용해 자외선 영역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구현했다. 질화규소는 반도체나 스마트폰 제조에 널리 사용되는 CMOS 공정과 호환 가능해 상용화 전망도 밝다.

실제 실험에서 연구진은 4가지 기준 파장(320, 370, 405, 450nm)에 대해 빛의 회전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위치에 초점이 생성되는 현상을 관찰했다. 이를 통해 색과 편광 정보를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지금까지 손톱보다 작은 칩스케일 분광기는 대부분 파장만 구분할 수 있었고, 편광 측정을 위해서는 별도 장치가 필요했다. 이번 연구는 하나의 장치로 두 가지 정보를 동시에 측정하는 초소형 분광기를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노준석 교수는 "향후 휴대형 진단기기나 환경 센서, 생체검사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로의 응용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POSCO 홀딩스 N.EX.T Impact 사업, 과기정통부/한국연구재단 글로벌융합연구지원사업, 과기정통부 대통령과학장학금, 교육부 석사장려금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