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 동안동농협 프레시 푸드센터 ‘솜방망이 감사’… 경북도 다시 감사한다
농협은 ‘모르쇠’ 안동시는 ‘문제없음’… 책임 서로 떠넘기기...설치 전 지급해 보조금법 무시한 정산 방식 ‘제 식구 감싸기’
동안동농협 프레시 푸드센터가 보조금법 위반 의혹으로 경북도의 직접 재감사를 받게 됐다.
동안동농협은 이미 안동시로부터 같은 문제로 자체 감사를 받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일단락된 바 있는데 당시에도 보조금 교부기관인 안동시가 직접 감사를 수행한 것부터 ‘제 식구 감싸기’ 형태로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문제가 된 부분은 프레시 푸드센터 내 총 12억2700만원 규모의 ‘컵과일 자동화 설비’다. 이 설비는 과일과 채소를 탈피, 선별, 살균, 세척, 건조, 자동 계량해 컵과일 제품을 생산하는 핵심 장치다.
취재 결과 이 설비의 설치와 시운전은 2024년 3월 최종 완료된 것으로 보이나, 동안동농협은 2023년 12월 27일 보조금으로 구성된 설비 대금을 모두 정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입수한 설비 계약를 살펴본 결과 조건부 계약으로, 현장 반입 이후 설치, 검사는 물론 시운전까지 완료돼야 대금 청구가 가능하다. 이를 완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금이 집행됐다면 부정수급으로 인해 보조금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제보자 A씨에 따르면, “컵과일 설비는 2023년 말에 반입됐지만 건축물 공사, 그 중에서도 도장이 마르지 않아 건물 앞 나대지에 방치됐다”며 “실제 설치와 시운전은 이듬해 3월에 완료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안동시는 자체 감사에서 “공무원 입회와 검수를 거쳤기 때문에 보조금 집행에는 문제가 없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본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안동시에 당시 공무원이 검수했다는 출장복명서를 요구했다.
출장복명서와 현장 사진 자료에 따르면, 2024년 2월 28일 안동시 담당자가 방문했을 당시 각종 설비에는 비닐이 그대로 씌워진 상태였다. 시운전까지 완료했다고 볼 수 없는 수준인 것이다.
추가 취재 결과 컵과일 설비를 계약하고 설치한 D사의 홈페이지에서도 2024년 3월 동안동농협 (컵과일 설비) 납품 및 시운전을 완료했다고 나와 있었으며, 결국 2023년까지 설치가 완료되지 않았음을 반증하고 있다.
안동시는 공문서와 검수 자료만으로 보조금 정산을 완료하면서, 보조금법상 필수인 공무원 입회 검수 절차는 무력화됐으며, 동안동농협이 설치하지 않은 설비를 근거로 보조금을 집행하도록 사실상 방조한 셈이다.
제보자는 안동시가 방만한 행정으로 방조한 것을 넘어 동안동농협이 보조금 사용 기한을 맞추기 위해 2023년 말까지 대금을 조기에 지급되도록 조력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전년도(2022년) 편성된 컵과일 설비 관련 보조금은 사용 기한(2023년 말)이 정해져 있어, 해를 넘기면 전액 환수될 우려가 있었다. 이로 인해 설비가 실제로 설치되지 않았음에도 대금 집행이 강행된 구조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안동시도 지역 내 농협의 보조금 환수를 우려해 눈을 감아줬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의 검수 일자도 2024년 2월 28일로 최종 대금 납부일인 2023년 12월 27일로부터 보조금법상 최장 기한인 3개월을 꽉 채웠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보조금 집행 과정에서 설치 및 시운전 완료 여부, 공무원의 제대로 된 검수 참여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이런 관행이 반복되면 공공재정의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안동농협 측과 안동시는 이번 의혹에 대해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설비 대금을 지급한 동안동농협은 설치되지 않은 설비에 대해 책임을 부인하고, 안동시는 자체 감사로 문제없음을 결론짓는 방식으로 사건을 종결시켰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동안동농협의 보조금 부정수급 가능성과 안동시의 직무유기·방조 행위를 전면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재감사에 착수했다. 재감사에서는 당시 공문서 처리 과정, 검수 기록, 설비 설치 및 시운전 완료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조합원과 제보자들은 “안동시의 자체 감사는 사실상 제 식구 감싸기에 불과하다”며 “경북도가 나서 재감사하지 않으면 불법 행위가 그대로 묻히게 된다”고 면밀한 감사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