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정부 셧다운 돌입…트럼프 2기 첫 예산 파행, 여야 강대강 대치
오바마 케어 보조금 연장 놓고 충돌…연방 공공서비스 중단·경제 충격 불가피
2025-10-01 강신윤 기자
셧다운은 미 연방 의회의 승인 없이는 예산 집행이 불가능하다는 ‘적자 재정 방지법’에 따른다. 국가 안보·공공 안전·헌법상 기능 수행 등 필수 인력을 제외한 다수의 연방 공무원이 무급휴직에 들어가며, 비필수 공공 서비스는 일시 중단된다. 이로 인해 국민 생활 불편은 물론 경제적 피해가 불가피하다.
미국 상원은 전날 자정 직전 공화당이 발의한 7주짜리 임시예산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찬성 55 대 반대 45로 부결됐다. 이어 민주당이 자체 발의한 CR 역시 가결 정족수(60표)에 미치지 못해 무산됐다. 여야 모두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며 정치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공화당은 지난달 19일 하원에서 현행 지출 수준을 유지하는 이른바 ‘클린 CR’을 통과시켰으나 상원 문턱에서 민주당 반대로 최종 무산됐다. 민주당은 올해 말 종료되는 ‘오바마케어(ACA·공공의료보험)’ 보조금 지급 연장을 요구하며 공화당 주도의 CR에 제동을 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은 불법체류자에게까지 의료혜택을 주는 꼴”이라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는 “셧다운이 장기화하면 국정 우선순위에 맞지 않는 부처와 인력을 정리할 것”이라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반면 민주당은 “메디케이드와 오바마케어에서 불법체류자는 애초 배제돼 있다”며 트럼프의 주장을 “억지”라고 맞섰다.
이번 셧다운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12월 이후 약 7년 만이다.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예산 부족을 이유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셧다운은 35일간 이어졌다. 의회예산국(CBO)은 당시 경제적 손실이 30억 달러(약 4조2천억원)에 달했다고 추산했다.
이번 사태도 장기화할 경우 경제 충격이 불가피하다. 수십만 명의 공무원들이 임금을 받지 못하게 되고, 관광·공항·사회보장서비스 등 대국민 공공 서비스도 축소되거나 중단된다. 민간소비 위축과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정치권 내에서는 이번 셧다운의 책임 공방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반면 공화당은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이 “포퓰리즘적 예산 낭비”라며 결사 저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셧다운 장기화 가능성에 금융시장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뉴욕 금융권 관계자는 “재정 운용 불확실성이 커지면 국채 금리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고, 달러 가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치적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셧다운을 계기로 민주당 책임론을 부각하며 내년 대선 전까지 정치적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반면 민주당은 저소득층과 취약계층 보호를 명분으로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순한 예산안 처리 실패를 넘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민주당이 정면 충돌하는 ‘정치적 힘겨루기’의 서막으로 평가된다. 미국 정부 기능 일부가 중단된 가운데 워싱턴발 정치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