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문화재단, 법령 무시한 수의계약… 무자격 업체에 억대 계약까지
사회적협동조합 자격 미달 업체·농업법인에 웹툰 장비 발주·학술연구용역도 마구잡이…계약 행정 난맥상 드러나
경북문화재단이 법령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거나 사실상 외면한 채 수의계약을 남발하면서 공정성과 전문성이 결여된 계약 행정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취약계층 고용비율을 충족하지 못한 협동조합, 목적사업조차 맞지 않는 농업법인과 억대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기본적인 법적 검증 절차조차 생략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경북문화재단은 경북도내 문화예술사업의 원활한 진행과 지역 문화예술 진흥, 문화예술인들의 창조적인 문화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1997년 설립된 경북도 출자·출연기관이다.
따라서 지방계약법과 경상북도 계약원가 심사업무 처리규칙 등 관련법령과 지침을 모두 준수해야 함에도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바람에 계약이 불가능한 업체와도 수의계약 등을 체결하는 등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경북문화재단은 지난해 경연대회 행사를 추진하면서 A사, B사와 각각 4185만원, 4140만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업체는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이유로 지방계약법상 5천만원 이하 수의계약 대상으로 인정됐지만, 문제는 이 조합이 협동조합기본법이 정한 취약계층 고용비율 30% 이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결국 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셈이 됐고, 관련자들은 훈계·주의 처분에 그쳤다. 기본적인 법령 해석조차 하지 못한 재단의 무능이 도마에 오른 이유다.
더 심각한 사례도 있었다. 경북문화재단은 과거 농업회사법인 C사와 1억6200만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 태블릿PC 등 웹툰 창작 장비와 소프트웨어 125개를 구입했다.
하지만 농어업경영체법에 따르면 농업법인은 농업 경영, 농산물 가공·유통, 농촌관광 등으로 사업 범위가 한정돼있다.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사업은 명백히 해당되지 않는다.
당시 입찰공고는 소프트웨어사업 목적을 명시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지만, C사의 등기부등본에는 이 목적조차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1순위로 선정돼 계약까지 성사됐다.
경북문화재단은 농업법인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상황에 대해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자신들이 공고한 소프트웨어사업이 해당 업체 목적에 명시돼있는지조차 확인하지 않고 1억원이 넘는 계약을 체결한 셈이다.
한편 농업법인 C사는 이 외에도 부동산 개발·임대업, 일반화물차 운송사업, 폐기물 수집운반, 골재채취 및 판매업, 중고자동차 매매업 등 농업법인이 할 수 없는 사업을 명시해 해산 조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술연구용역에서도 문제를 드러냈다. 단순 서비스·출판업만 보유한 D사와는 법령상 한도인 2천만원을 두 배 넘긴 4050만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학술연구용역의 경우 특정인 외에는 수행하기 어렵다는 객관적 증빙이 있어야 단독 수의계약이 허용되지만, 재단은 이를 입증하지 않았다.
정상적이라면 최소 2개 업체 이상 견적을 받아 입찰 절차를 거쳐야 했음에도, 무리하게 수의계약을 체결해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도 서비스·출판업만 보유하고 있는 D사와 법에서 정한 금액 2천만원을 넘는 수의계약을 체결해주면서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는 물론 다수 업체들의 입찰참가 기회가 상실됐다.
계약 전문가 E씨는 “경북문화재단의 계약 행정은 단순히 법령을 숙지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 보기 어렵다”며 “농업법인과 1억원이 넘는 웹툰장비를 계약했다는 것은 상식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 봐야 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