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폐지 후폭풍…노만석 대검 차장 “참담하다”…경찰은 ‘수사책임’ 강조
2025-09-29 남병로 기자
노만석 대검찰청 차장(검찰총장 직무대행·사법연수원 29기)은 29일 전 직원에게 보낸 서신에서 “검찰이 충분한 논의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참담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향후 논의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청 폐지로 인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이 가시화되면서 검찰 지휘부의 대응과 내부 수습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노 직무대행은 A4 용지 3장 분량의 서신에서 “헌법에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크다”며 “중수청 신설은 수사기관 난립과 형사사법 시스템 비용 증가, 통제받지 않는 권력 비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 구성원들이 느낄 당혹감과 허탈감, 억울함을 생각하면 면목이 없다”며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은 수사 등으로 신뢰를 잃었다는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겠다. 그러나 우리가 지켜온 가치와 노력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은 심정을 이해한다”고 토로했다.
노 직무대행은 또 “검찰은 공소 제기뿐 아니라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 통제, 형 집행, 피해자 지원, 범죄수익 환수, 국제사법공조 등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며 “어떤 변화에도 국민 권리 보호와 범죄 억제라는 검찰의 본질적 사명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중수청 신설로 인해 수사관들의 신분·직종 변화에 대한 불안이 크다며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 논의에 일선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경찰은 달라진 형사사법 지형을 기회로 삼아 존재감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중수청은 경찰과 동일한 목표를 가진 조직”이라며 “사건 이첩이나 공동 수사 등에서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소청과도 영장 청구를 비롯해 긴밀히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같은 날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를 주재하며 “수사는 권한이 아닌 책임과 의무”라며 “국민 권익 관점에서 개혁 논의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헌법 교육 강화와 자치경찰제 로드맵 마련,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 등 개혁안을 제시하면서 “국민 위임 권한임을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새 지휘부 출범 이후 경찰은 범죄 대응 기조도 강화했다.
유 직무대행은 “보이스피싱 확산세를 반드시 꺾겠다”며 전기통신금융사기 운영단과 400명 규모의 전담팀 신설 계획을 공개했다. 스토킹·교제폭력 등 관계성 범죄는 피해자 관점에서 판단해 가해자 격리에 나서고, 아동 대상 범죄에 대해서는 관계 부처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첨단기술을 활용한 범죄 대응도 예고됐다. AI 기반 수사 역량을 총기·재해·재난 등 신종 위험에 활용하고, 추석 연휴에는 경찰특공대를 주요 거점에 배치해 치안을 강화할 방침이다.
검찰 내부는 여전히 충격과 반발이 크지만, 법안 통과로 권한 축소는 불가피해졌다. 반면 경찰은 제도 변화에 발맞춰 ‘수사 책임 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강조하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검찰의 권한 축소와 경찰의 책임 강화 구도가 본격화됐다”며 “향후 중수청·공소청과 경찰 간 권한 배분과 협력 방식이 한국 형사사법 체계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