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기업, 추성 앞두고 자금사정 악화… 절반 가까이 ‘더 어렵다’
포항상의, 지역기업 88개사 조사… 금리·환율·담보 관행에 ‘이중고’
포항지역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지난해 추석보다 확연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 기업의 절반 가까이가 향후 6개월간 자금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해, 경기침체와 고금리·고환율 여파가 지역 산업계를 옥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항상공회의소가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지역 기업 8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추석 명절 자금사정 및 정책과제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중 52.3%가 “현재 자금 상황이 상반기와 비슷하다”고 답했으나, “상반기보다 힘들다”는 의견이 44.3%로 절반에 육박했다. 반면 “나아졌다”는 응답은 3.4%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해 추석과 비교하면 자금사정이 힘들다고 답한 기업 비율은 48.9%로 전년 대비 18.9%p 급증했다. 같은 기간 ‘비슷하다’는 의견은 54.4%에서 40.9%로 줄었고, ‘나아졌다’는 의견도 15.6%에서 10.2%로 감소했다.
악화 원인으로는 매출 감소(최대 비중), 제조원가 상승, 자금회전 부진, 금융권 대출 애로 순으로 지목됐다.
향후 6개월 자금사정 전망에 대해서는 **47.1%가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나아질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은 6.9%에 불과했고, “비슷하다”는 응답이 46%로 집계됐다. 경기 회복 기대감이 여전히 낮다는 의미다.
기업들이 지적한 금융 애로요인으로는 정책금리 인상(29.5%)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이어 담보 위주 대출 관행(28.4%), 환율 불안(21.6%), 신용보증 이용여건 악화(5.7%) 순으로 나타났다.
대출자금 용도 역시 운전자금(72.9%)이 절대 다수를 차지해 기업들이 생존 유지를 위해 자금을 끌어다 쓰는 상황임을 보여줬다.
설비투자(15.3%), 부채 상환(2.4%) 등 미래 대비보다는 당장의 자금 유동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금융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에서는 “보통이다”가 63.1%로 가장 많았으나, “다소 불만족”(33.5%)과 “매우 불만족”(1.2%)을 합치면 응답자의 3분의 1 이상이 현행 정책에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기업들은 금융기관의 높은 문턱 요인으로 ‘대출금리’를 지목했으며, 담보 요구, 대출규모, 상환 기간 등이 뒤를 이었다.
지역 기업들은 자금난 해소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정책자금 지원 확대(37.2%)와 대출금리 대폭 인하(36.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신용대출 확대(14.2%), 신용보증 지원 확대(9.4%) 등이 뒤를 이었다. 주식·채권 발행 여건 개선(0.7%)을 꼽은 기업은 극히 드물어, 지역 기업의 자금조달이 사실상 은행권에 집중돼 있음을 보여준다.
포항상의 관계자는 “지역 기업의 자금사정이 전년보다 눈에 띄게 악화된 상황에서, 정책금리 부담과 담보 위주 대출 관행, 환율 불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정책자금 공급과 금리 인하, 신용보증 확대 등의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경기침체 장기화와 글로벌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포항 지역기업들이 ‘현금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추석 자금 수요가 집중되는 시점에서 금융지원 대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중소기업과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연쇄적 자금 경색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