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머티, 매출원가율 112%…“물건 팔수록 손해” 구조적 악순환 심화
니켈·코발트 가격 급등 여파…인니 제련소 투자로 돌파구 모색
2025-09-15 김수정 기자
올해 상반기 매출원가율이 112.5%로 치솟으며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00대 상장사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품을 팔아도 원가가 더 들어가는 ‘역마진’ 상황이 고착화되면서, 글로벌 투자 확대를 통한 원가 절감 시도가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에코프로머티는 올해 상반기 2,141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46.7% 성장했다.
하지만 영업손실은 436억원으로 1년 전보다 162.7%나 불어났다. 당기순손실도 408억원에 달해 적자 폭이 세 배 이상 확대됐다.
이는 ‘매출 회복’에도 불구하고 원가 부담이 더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2022년 91.7%였던 매출원가율은 2023년 96.3%, 지난해 110.4%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12% 선까지 치솟았다. 1만 원어치 제품을 팔 때마다 1만1,250원이 들어가는 구조다.
에코프로머티의 원가 구조는 니켈·코발트 등 핵심 금속 가격에 좌우된다. 올해 상반기 원재료 매입액 1,182억원 가운데 니켈(785억원)과 코발트(100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이 75%를 웃돈다.
최근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니켈 가격은 다소 안정세를 보이며 ㎏당 15.2달러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코발트는 정반대다.
6월 가격은 32.7달러로 지난해 말 대비 35.7% 급등했다. 전구체 제조에서 필수적인 코발트 가격이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원가율 상승을 부추긴 셈이다.
에코프로 그룹이 돌파구로 삼은 것은 ‘수직 계열화’다. 전구체 생산을 넘어 니켈 정제·제련 단계까지 아우르며 원가 경쟁력을 직접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에코프로머티는 올해 초 인도네시아 니켈 수산화물 제련업체 그린에코니켈 지분 28%를 533억원에 매입하고, 추가로 2,349억원을 대여했다.
이로써 그룹 차원에서 인도네시아 현지 제련소 4곳의 지분을 확보했으며, 최종적으로 연간 3만 톤 규모 니켈 장기 구매권을 손에 넣을 전망이다.
전구체는 리튬이온 이차전지 양극재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원료로, 글로벌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원가를 낮추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에코프로머티는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실적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국내 최대 전구체 생산 능력(연 20만 톤)을 확보한 강점에도 불구하고, 원가율 100%를 웃도는 구조가 장기화되면 투자 여력과 시장 신뢰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증권업계는 “단기적으로는 코발트 가격 변동에 실적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인도네시아 제련소 투자 성과가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적자 구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결국 에코프로머티가 직면한 최대 과제는 ▲원가 안정화 ▲글로벌 공급망 확보 ▲중국과의 가격 경쟁력 차별화로 요약된다.
향후 인도네시아 투자 성과가 실적 반등의 기폭제가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리스크로 돌아올지가 향후 에코프로머티 생존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