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미국산 LNG 계약 기반 트레이딩 허브 도약?…정책 변수·시장 리스크 ‘여전’
저가·무제약 물량 확보 긍정적…유가 변동·정책 개입은 걸림돌
2025-09-15 강신윤 기자
가격 경쟁력이 높은 데다 3차 판매 금지나 도착지 제한 같은 제약이 적어 트레이딩 사업 확장이 용이하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과 국내 정책 변수, 미수금 부담 등은 여전히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15일 iM증권은 “이번 미국산 장기 계약 물량은 트레이딩 제약이 적어 한국가스공사의 글로벌 LNG 트레이딩 사업 확대 기반이 될 수 있다”며 “저장시설과 환적 인프라를 활용하면 허브 도약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가스공사는 지난 8월 트라피구라·토탈에너지 등 글로벌 기업과 계약을 맺고, 2028년부터 10년간 매년 330만 톤의 미국산 LNG를 도입하기로 했다.
단일 기업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LNG 저장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대규모 환적 및 재판매가 가능한 것이 강점이다.
이번 계약의 장점은 저가 물량과 제약 완화다. 미국산 LNG는 허브 지수 연동 가격 체계 덕분에 경쟁력이 있고, 판매 제한도 거의 없다.
하지만 국제 가스 가격은 지정학적 사건과 수급 불균형에 크게 좌우된다. 유럽 에너지 위기나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가격이 급등할 경우, 확보한 물량이 곧바로 ‘저가 자원’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또한 트레이딩 사업은 변동성이 크고, 전문 인력·위험 관리 역량 확보가 필수다. 가스공사가 안정적 수익 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는 여전히 검증이 필요하다.
국내 미수금 문제도 변수다. 가스공사는 국제유가 급등과 민수용 요금 동결로 누적 미수금이 급증했다.
이번 미국산 도입은 원가 하락을 유발해 미수금 감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정부의 요금 정책 방향이 불확실하다. 요금 동결이 이어지면 국제유가 하락에도 재무구조 개선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iM증권은 “국제유가 안정과 미국산 LNG 확보가 미수금 감소, 배당성향 상향,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지만, 배당성향은 지난해 40%에서 16%로 떨어졌다. 주주가치 제고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글로벌 LNG 트레이딩 허브로 도약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언급된다. 세계 수요는 늘고 있으며, 가스공사의 저장 인프라는 확실한 장점이다.
하지만 공기업 특성상 가격 결정의 자율성이 제한될 수 있다. 정부가 에너지 안정을 최우선시할 경우, 시장성보다는 정책성이 앞설 수 있다는 우려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트레이딩 사업은 수익성보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공기업 체제와 충돌할 소지가 있다”며 “민간 기업과 달리 정책 변수에 취약한 점은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한국가스공사의 미국산 LNG 장기 계약은 ▲저가·무제약 물량 확보라는 기회와 ▲시장 변동성·정책 개입이라는 리스크가 공존한다.
단순한 도입 확대를 넘어 글로벌 트레이딩 역량을 키우려면, 위험 관리와 제도적 개선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스공사가 정책성과 시장성을 어떻게 균형 잡을지가 향후 글로벌 허브 도약 여부를 가를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