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성건동 재개발 측량용역 특정업체 유리하게 설계했나
LH 표준보다 훨씬 높은 실적·장비·인력 요건...중소업체 참여 원천 차단해 특정업체 밀어주나...효율성 위한 기준 해명에도 사전 내정 의혹 여전
경주 성건동 재개발정비사업 조합(이하 성건동재개발조합)이 발주한 지적확정측량 용역이 특정업체가 유리하게 일감을 따낼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배점기준표에 따르면 해당 사업의 전체 면적은 5만44.70㎡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실적·장비·기술인력 등에서 대규모 역량을 요구하도록 설계돼 있어 소규모·중견업체 참여 자체를 불가능하게 했다는 비판이다.
성건동재개발조합의 업무대행을 맡고 있는 정비업체 A사 관계자는 민간업체 특성상 최대의 효율을 중시하기 위해 과하게 보일 수 있는 기준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미 특정 업체 B사가 사실상 내정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성건동재개발조합의 지적확정측량 배점기준표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본지 기자는 측량의 표준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선정심사표와 비교해 차이점을 분석했다.
먼저는 공통적으로 포함된 측량기술자 현황이다. LH는 책임기술자가 3인 이상이면 3점, 참여기술자가 7인 이상이면 5점 만점을 부여하지만 성건동은 참여기술자에 대한 인원은 없고 참여기술자는 10인 이상인 경우 10점 만점을 부여한다.
더 큰 문제는 책임기술자의 경우 특급인 경우 5점 만점, 참여기술자 10인도 모두 특급인 경우만 점수로 환산된다. LH는 초급~특급까지 관여치 않고 다만 특급기술자 1인 이상 확보 시 0.5점을 가산하는 수준이다.
측량장비에서도 성건동은 LH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LH는 GPS 1세트(고정)와 T/S측량기가 1개는 3점, 2개는 4점, 3개는 5점 만점이나 성건동은 GPS 4세트 이상 T/S측량기 7대 이상이어야 만점인 15점을 받을 수 있다.
수행실적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LH는 기존의 수행금액을 기준 1억원당 1점을 주어 20점을 만점으로 한다. 8억7650만원을 수주한 경우 8.77점이 되는 식이며 30만㎡ 미만 용역업체는 오히려 만점을 부여해 신생업체의 참여를 유도한다.
성건동의 경우 민간업체로 신생업체를 배려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수행실적을 최근 5년 이내 △측량 건수 △측량 면적 △정비사업 측량 면적으로 세분화했으며 상당한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측량 건수의 경우 10건 미만(5점), 10건 이상(10점), 20건 이상(15점), 30건 이상(20점)이며, 측량 면적은 20만㎡ 미만(4점), 20만㎡ 이상(6점), 50만㎡ 이상(8점), 100만㎡ 이상(10점)이다.
여기에다 정비사업에 대한 측량 면적을 별도로 요구하며 20만㎡ 미만(4점), 30만㎡ 이상(6점), 50만㎡ 이상(8점), 70만㎡ 이상(10점)으로 성건동이 5만㎡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과분한 실적을 요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LH에는 있지만 성건동에 없는 점수도 있다. 수행성실도의 경우 지금까지 사업을 통해 주의나 경고를 받았는지를 묻는 것이며, 업무중첩도는 많은 업무를 진행중에 있어 현 사업에 지장을 미치는지 보는 것으로 성건동에는 누락돼있다.
특히 LH는 업무수행능력 점수로 과업내용의 분석 및 이해도(5점), 인력 운영방안의 적정성 및 효율성(10점), 과업수행 세부 추진계획의 적정성(15점) 해당 사업만을 중점적으로 비계량평가 항목으로 총 30점을 배점했는데 성건동은 이 역시 제외했다.
반대로 성건동에는 있지만 LH에는 없는 법인설립년도의 경우 10년 이상 되는 법인에 한해 10점 만점을 부여하고 보유인력도 20인 이상이 되는 경우에 한해 10점 만점을 부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동종업계 관계자 C씨는 “5만㎡에 불과한 성건동재개발이 요구하는 것은 무슨 100만㎡가 넘는 대규모 수준”이라며 “민간업체로서 자의적인 기준표를 만든 부분은 이해하지만 과해도 너무 과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B사 사전 내정 의혹에 대해 정비업체 A사 관계자는 “B사가 참여업체 중 일부인 것은 맞다”며 “그러나 조합의 의견을 담아 가장 분별력이 뚜렷한 형태로 하다 보니 현재의 기준표가 만들어진 것뿐 특정업체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높은 점수를 받는다고 하여 반드시 해당 업체가 선정이 되는 것 또한 아니며 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고 설명했으나 본지 기자가 ‘그래도 점수가 눈에 띄게 높은 점수의 업체라면 유리한 것이 아니냐’는 질의에는 “그것은 그렇다”고 답했다.
한편 성건동재개발사업은 경주시 성건동 411-2번지 일원에 지하 3층~지상 12층 아파트 864세대, 오피스텔 80세대 및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으로 지적확정측량용역은 오는 12일 오후 5시 입참을 마감, 6시에 개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