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칠 때까지 뛴다”…포항 생활체육 풋살팀 지친다FS, 땀방울 속에 피어난 나눔
포항 북구의 한 풋살장. 늦여름 저녁 무더위에도 젊은 선수들은 쉴 새 없이 뛰어다닌다. “여기! 슛!” 외침과 함께 골망이 흔들리자 팀원들이 서로 부둥켜안는다.
이들은 포항·경주 지역 청년들이 모여 만든 생활체육 풋살팀 ‘지친다FS’다. 팀 이름처럼 끝없이 뛰는 체력과 끈기, 그리고 남다른 의미를 가진 팀이다.
“처음엔 팀명 정하는 게 너무 안 돼서 그냥 ‘아, 지친다’ 했는데 그게 그대로 이름이 됐어요. 그런데 상대가 지칠 때까지 뛰는 모습이 저희 정체성이 됐죠.” 창단 멤버 박준형 회장이 웃으며 설명한다.
2017년 고교 동창 6명이 시작한 작은 모임은 지금 29명의 청년들이 모인 지역 대표팀으로 성장했다.
경기력은 이미 전국구다. 유명 유튜브 채널 ‘고알레’ 출연, 전국대회 우승 17회, 준우승 13회라는 화려한 기록을 갖췄다.
올해 초에는 KBS 2TV 예능 ‘뽈룬티어’에 포항 대표로 등장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그러나 진짜 이야기는 성적표 뒤에 있다.
풋살장 옆 벤치에는 덴포스스포츠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과 지역 중소기업 로고들이 빼곡하다.
단순한 후원이 아니다. 지친다FS는 전국 대회를 돌며 포항 기업들의 이름을 알리는 ‘움직이는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로고 노출이 단순 광고를 넘어 브랜드 인지도와 매출 증대까지 이어진다”며 의미를 강조했다.
훈련이 끝난 뒤, 선수들은 다시 한자리에 모인다. 이들의 또 다른 활동은 지역사회 기부다.
포항바이오파크 장애인 근로자 생일파티 지원, 경북지적장애인축구팀 간식 후원, 선린애육원 기부 등. 매년 대회 상금 일부와 회비를 모아 소외계층과 함께 나눈다. 부족하면 박 회장이 사비를 보태기도 한다.
“저희 팀원 대부분이 어릴 때 힘든 시절을 겪었어요. 그래서 ‘성인이 되면 베풀며 살자’는 다짐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박 회장의 말에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사회공헌은 이 팀의 자랑스러운 문화이자 결속력의 원천이다.
실력도, 마음도 남다른 지친다FS지만 한계도 있다. 방송 출연이나 전국대회 참가에도 지자체 지원은 전무하다.
박 회장은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더 많은 청년들이 부담 없이 운동하고, 동시에 지역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풋살장 불빛 아래 땀으로 젖은 청년들의 얼굴엔 피곤함보다 웃음이 가득하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사는 세상”이라는 팀의 모토처럼, 지친다FS는 단순한 생활체육팀이 아니라 지역에 온기를 전하는 작은 공동체였다.
탈지방화가 심화되는 요즘, 포항의 한 풋살팀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함께 뛰고, 함께 나눈다.” 지친다FS의 질주는 경기장 안팎에서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