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업재해와의 전쟁”… 안전 관리 체계 근본적으로 바꾼다

기존 10일간 시정 기간 없애...위반할 시 ‘즉각 수사·과태료’...올해 감독관 인력 300명 증원

2025-08-27     김수정 기자
▲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영남경제 자료

정부가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사업장의 안전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꾼다.

오는 10월부터 안전 의무 위반이 적발되면 별도의 시정 기간을 주지 않고 즉각 수사에 착수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한다. 사고 발생 후 사후 대응에 그쳤던 기존 방식에서 ‘선제 예방’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산업안전감독 과정에서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10일간 시정 기간을 부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때만 수사나 과태료 부과가 이뤄졌다.

사실상 ‘시정만 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인식이 만연해 사업주들이 안전 의무를 등한시하는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노동부가 단속해도 시정하면 아무 불이익이 없으니 지키지 않는 것”이라며 “지키는 사람만 손해고 안 지키면 이익이 되는 구조가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해 즉시 사법 조치로 연결하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은 시정 지시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며 “앞으로는 안전 의무 위반에 대해 원칙적으로 수사와 과태료 등 사법 조치를 취하겠다”고 못박았다.

다만 산업 현장의 적응을 위해 9월까지 계도기간을 두고 제도를 안내하고, 사업장에 방호 장치 등 보완할 시간을 준 뒤 10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정부는 과태료 수준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시 최소 5만원에서 최대 5천만원까지 부과되는데, 이는 대기업이나 대형 사업장 입장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노동부는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상향 조정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산업안전감독관 인력 충원도 병행된다.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개정안에 따라 올해 안에 6급 135명, 7급 135명, 8급 30명 등 총 300명을 증원한다.

현재 약 900명 수준인 감독관 인력은 1인당 평균 2천400개 사업장을 관리하고 있어 사실상 ‘손발 부족’이 문제로 꼽혔다. 정부는 내년에 1천명을 추가 충원해 총 1천3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산업 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중소기업계는 “안전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지만 즉시 수사·과태료 제도가 남용될 경우 기업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토로한다.

반면 노동계는 “그동안 ‘시정하면 끝’이라는 구조적 허점이 산업재해를 키운 만큼 이번 대책은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며 환영한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정착 여부가 집행력과 현장 관리에 달렸다고 진단한다. 한 산업안전 전문가는 “제재 강도만 높이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고, 안전 설비 투자와 관리체계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며 “특히 중소·영세사업장이 현실적으로 제도를 따를 수 있도록 지원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제시한 ‘산업재해와의 전쟁’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현장의 구조적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법과 제재를 강화하는 동시에 사업장에 예방 중심의 안전문화를 뿌리내리게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