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암코, 플랜텍 팔아서 5년만에 1천억 벌었다

미코그룹, 수소·친환경 에너지 분야에 집중 투자...유암코 노력 없이 포스코 일감 덕분에 거액 벌어...투자자들 “5년 만에 천문학적 차익” 비판...지역사회, 수소·플랜트 거점 도약 기대...포스코 의존도 90%, 상장 실패 원인

2025-08-19     강신윤 기자
ⓒ김창숙 기자

플랜텍(옛 포스코플랜텍)의 최대주주였던 연합자산관리주식회사(유암코)가 5년만에 약 1천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실현하고 회사를 매각했다.

코스닥 상장사 ㈜미코가 새 주인이 되면서 포항 경제계는 ‘재도약 기회’로 보고 있으나, 유암코의 투자 회수 방식을 두고 ‘단기 차익 중심 구조조정’이라는 비판도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일 미코는 유암코로부터 플랜텍 지분 71.93%(1억2천만주)를 1542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주식은 전액 현금으로 지급되며, 납입일은 오는 12월 15일로 예정됐다.

유암코는 지난 2020년 플랜텍 유상증자에 참여해 600억원을 투입, 주당 500원에 신주를 인수하며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이번 매각으로 투자금 대비 두 배가 넘는 수익을 기록하면서 5년만에 1천억원대 차익을 남겼다.

유암코가 이처럼 막대한 투자수익을 올린 배경에는 포스코 일감 밀어주기 덕분이다. 유암코는 구조조정 성격의 투자자로 참여했지만, 전체 매출의 90%가 넘는 포스코 일감 덕분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포스코 일감에 의존하는 사업구조 때문에 코스피 재상장에 실패했을 정도로 정상적 경영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유암코는 설립 취지상 기업 정상화와 회생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번 사례처럼 단기간에 대규모 이익을 남기고 빠져나가는 방식은 상당이 이례적이다.

미코가 이처럼 막대한 프리미엄을 주고 인수한 배경에는 포스코 일감 보장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거래는 유암코가 구조조정 투자자로서 단기간에 성과를 챙긴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플랜텍이 어려울 때 낮은 가격에 지분을 인수한 뒤, 시장 회복과 인수 희망자를 활용해 단기간에 이익을 챙겼다”며 “지역 기반 산업을 장기 육성하기보다는 차익 실현에만 집중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포항이 철강 경기 둔화와 산업 침체로 고전하는 상황에서 ‘기업 회생’보다 ‘단기 투자 이익 극대화’가 우선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플랜텍을 인수한 미코의 행보에는 기대가 모아진다. 세라믹 소재 및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전문기업인 미코는 반도체·바이오·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업계에서는 “플랜텍의 엔지니어링 역량과 미코의 수소·신재생에너지 기술이 결합될 경우 플랜트 및 발전 시장에서 상당한 시너지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항지역 경제계도 환영 기류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플랜텍은 오랫동안 포항 산업 생태계의 중요한 축이었다”며 “새로운 주인 미코가 수소 인프라 확대와 플랜트 기술 개발에 투자한다면, 포항이 수소 경제 거점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플랜텍 소액주주들은 “이번 인수가 단순한 재무적 매각이 아니라 사업 연관성이 있는 기업에 이뤄진 점은 고무적”이라며 “회사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주주 가치도 회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에서는 “포항에서 뿌리내린 기업이 ‘자산관리펀드’ 손에 넘어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불만도 존재하지만, 동시에 “이제라도 산업적 연관성이 높은 기업이 경영을 맡게 된 것은 다행”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플랜텍이 수소·신재생 산업으로 재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포항 경제권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포항시는 최근 수소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설정하고, 영일만항을 수소복합물류항만으로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또 블루밸리 국가산단 내에는 수소연료전지 실증단지가 구축되고 있으며, 한국가스공사와 협력한 액화수소 생산·공급 체계도 논의되고 있다.

포항 경제계 관계자는 “플랜텍이 미코와 손잡고 수소 플랜트·수소발전 프로젝트에 뛰어든다면, 포항은 철강 중심 산업도시에서 수소경제 거점도시로 변신할 수 있다”며 “이번 인수가 지역 산업 생태계 재편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