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둔화·중소기업 약진…2분기 무역구조 지형 변화
2025-08-18 강신윤 기자
대기업은 원자재·소비재 부진 여파로 정체된 반면, 중소기업은 소비재와 자본재 수출을 중심으로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며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했다.
첨단 제조업과 신흥시장이 무역 증가를 견인하는 가운데, 전통 산업과 대기업 중심의 무역구조는 둔화 조짐을 보였다.
관세청의 ‘2025년 2분기 기업특성별 무역통계(잠정)’에 따르면, 2분기 수출액은 1,75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1,543억달러로 1.7% 감소하며 무역수지는 흑자를 이어갔다.
교역기업 수는 수출기업이 6만8,582개로 2.5% 늘었고, 수입기업도 15만5,779개로 1.9% 증가해 기업 저변 확대가 확인됐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중소기업 수출은 6.3% 증가해 대기업(0.5%)과 중견기업(3.7%)을 크게 앞질렀다.
소비재와 자본재, 원자재 전 부문에서 모두 늘어난 결과다. 반면 대기업은 광산물·화학공업제품·내구소비재 부진으로 성장세가 제한됐다. 수
입에서는 대기업이 5.4% 줄어 전체 감소세를 주도했으나, 중견기업(4.3%), 중소기업(3.6%)은 모두 늘며 내수와 생산 회복을 뒷받침했다.
산업별 흐름은 양극화가 뚜렷했다. 광제조업은 전기전자와 운송장비 호조로 3.4% 증가했지만, 도소매업은 9.3% 급감하며 침체 양상을 보였다.
기타 산업은 운수·과학기술 서비스 중심으로 7.3% 증가해 서비스 무역 회복세가 반영됐다. 수입 역시 광제조업이 3.8% 줄었으나, 도소매업(1.7%)과 기타 산업(2.6%)은 늘었다.
종사자 규모별로도 구조적 변화가 나타났다. 10인 미만 소규모 기업 수출은 13.4% 증가해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대규모 기업(250인 이상)도 3.7% 늘었지만, 10~249인 중간 규모 기업은 9.8% 감소했다. 수입에서도 소규모(5.9%)와 중간 규모(5.0%) 기업이 늘어난 반면, 대규모 기업은 4.9% 줄었다. 이는 기업 고용 규모별 무역 패턴이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화 성격별로는 자본재 강세가 두드러졌다. 자본재 수출은 반도체·선박 호조로 8.3% 급증하며 전체 증가를 이끌었다. 반면 원자재(-6.0%), 소비재(-3.8%)는 부진했다.
수입은 자본재가 9.0% 늘었으나, 원자재는 10.3% 급감해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 영향이 뚜렷했다.
지역별로는 전통 주요 교역국 부진이 두드러졌다. 대미 수출은 5.2% 감소했고, 대중(-2.6%), 대일(-4.0%)도 모두 줄었다.
반면 동남아(7.5%), EU(12.1%), CIS(29.9%) 등 신흥·신규 시장으로의 수출이 크게 늘며 교역 다변화가 진전됐다. 수입은 일본(9.1%), 동남아(5.5%)가 증가했으나, 중동(-25.5%), EU(-2.1%)는 감소했다.
무역 집중도도 완화되는 추세다. 수출의 경우 10대 기업 비중은 37.8%로 소폭 올랐지만, 100대 기업은 65.9%로 낮아졌다.
수입 역시 10대(29.0%), 100대(54.5%) 기업 모두 집중도가 줄어 대기업 의존도가 완화됐다. 이는 교역에서 중견·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통계를 두고 “대기업 중심에서 벗어나 중소기업과 신흥시장이 한국 무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전통 산업의 부진 속에 첨단 제조업·서비스업·지역 다변화가 결합된 새로운 무역구조 전환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