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재]미국 50% 철강·알루미늄 관세 확대와 한국 산업의 위기

①자동차·기계 부품 산업 직격탄....美 50% 관세 폭탄…자동차·기계 부품 수출길 ‘빨간불’

2025-08-18     강신윤 기자
미국이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407종에 대해 50%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국내 자동차·기계 부품 업계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중소·중견기업들이 원가 상승과 판로 축소라는 이중고에 직면하면서 협력사 네트워크 붕괴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철강·알루미늄 함유 파생상품 407종을 추가로 관세 대상에 포함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자동차 부품, 기계류 및 정밀기기, 전자부품 등이 포함되면서 한국 수출기업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그동안 미국 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보여왔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178억 달러로 전체 자동차 수출의 28%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번 관세 부과로 한국산 자동차 부품의 원가가 평균 15~20% 가량 높아질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특히 차체, 서스펜션, 엔진 관련 부품 등 철강·알루미늄 사용 비중이 높은 품목은 직격탄이 예상된다.

국내 한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현대·기아차 협력사 상당수가 미국 수출 비중이 40% 이상인데, 관세가 반영되면 기존 거래선을 중국·멕시코 업체에 빼앗길 수 있다”며 “수익성이 낮은 중소기업부터 도산 위험에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계류·정밀기기 역시 피해가 크다.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연간 75억 달러 수준인데, 이번 관세 품목에 상당 부분이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미국 현지 납품 단가가 최대 20% 이상 오르면서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의 중소 정밀부품 기업들은 이번 조치로 타격이 클 전망이다.

대구경북 지역은 철강 소재 가공을 바탕으로 자동차·기계 부품을 납품해왔는데, 관세 부담이 커지면 수출 대신 내수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지역 중소기업들은 생산원가 자체가 높아 관세 충격을 상쇄하기 어렵다”며 “일부 업체는 미국 시장 철수를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1차 협력사와 2·3차 협력사로 이어지는 공급망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번 관세 충격으로 1차 협력사가 납품 단가를 방어하기 위해 가격 인하를 요구할 경우,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2·3차 협력사들이 연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중견 기계부품사 A사는 “미국 관세 부담으로 올해 매출이 10% 이상 줄 것으로 예상되며, 하반기에는 거래선을 일본·유럽으로 다변화해야 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업계는 관세 부과 이후 단기적으로는 가격 인하를 통해 버틸 수밖에 없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은다. 그러나 대체 시장 발굴도 쉽지 않다.

중국과 동남아 시장은 이미 공급 과잉 상태이고, 유럽 시장은 탄소 규제 등 비관세 장벽이 높아 진출이 제한적이다.

한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시장을 잃으면 대체 수요처를 찾기 어려운 구조”라며 “이번 조치가 한국 자동차·기계 산업 전반에 구조적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부는 기업 피해를 줄이기 위해 컨설팅 확대, 원산지 증명 간소화, 금융 지원 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는 보다 직접적인 금융·물류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분담금 부담 없이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실질적 효과가 난다”며 “정부의 ‘선언적 대책’에 그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기조가 최소한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오는 9월 미 상무부가 또 다른 업계 요청을 반영해 추가 품목 확대를 예고한 만큼, 이번 조치가 시작일 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한국 기업들은 단기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한편, 미국 현지 생산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 등 구조적 대응책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