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포항공장, 올해 두 번째 희망퇴직…구조조정 가속

포항 지역사회, 고용 불안 확대...지역 상권 위축 불가피....청년층 고용 기회 감소 우려

2025-08-17     강신윤 기자
현대제철이 포항공장에서 올해 두 번째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 11일부터 포항공장 기술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 접수에 들어갔다.

신청 기간은 오는 29일까지다. 현대제철이 포항공장에서 희망퇴직을 받는 것은 올해 두 번째다. 앞서 지난 3월에도 기술직 12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으나 실제 신청자는 약 90명에 그쳤다.

이번 조치는 올 상반기부터 이어진 비상경영 체제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포항공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발 공급 과잉 여파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회사는 지난해 말부터 포항 2공장의 정상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해 생산을 축소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생산을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조가 고용 불안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자 결국 휴업 조치를 철회하고, 대신 4조2교대 근무를 2조2교대로 줄여 제강 공정만 가동하는 방식으로 타협했다.

포항 1공장에 위치한 중기사업부도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중기사업부는 굴삭기 부품인 무한궤도를 생산하지만, 중국 저가 제품의 대량 유입과 글로벌 수요 감소로 지난해 판매량이 2021년 대비 약 65% 급감했다.

현대제철은 사업부 매각 방안을 검토했고, 최근 노조와의 협의 끝에 고용 보장과 매각 대금의 1공장 재투자를 조건으로 합의에 도달했다.

포항은 POSCO와 현대제철 등 철강업 기반으로 성장한 전형적인 산업도시다. 특히 포항공장은 현대제철 전체 생산 능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지역 내 고용과 협력업체 연계 효과를 감안하면 구조조정 파급력이 만만치 않다.

희망퇴직이 본격화되면 협력업체 직원들의 간접적 일자리 축소가 불가피하다. 포항공장 주변 하청·협력업체는 수백 개에 달해, 생산량 감소는 2~3차 고용시장까지 연쇄 타격을 줄 수 있다.

지역 상권 위축: 포항 지역 경제의 상당 부분이 제철소 직원과 협력사 근로자들의 소비에 의존하는 만큼, 인력 감축은 곧바로 지역 상권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철강업이 장기적으로 정체 국면에 들어서면서, 지역 대학을 졸업한 청년층의 안정적 일자리 창출 기회도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인구 유출 가속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POSCO와 현대제철이 나란히 긴축 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 포항의 산업 생태계가 축소될 위험이 있다”며 “정부·지자체 차원의 산업 다변화 전략과 고용안정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 전반의 부진도 구조조정 배경으로 꼽힌다. 글로벌 철강 시황 악화와 중국산 저가재 유입 탓에 현대제철을 비롯한 국내 철강사들의 생산량은 지속 감소세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은 비상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서는 모습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포항공장에서 비상경영 연장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시행 중인 게 맞다”며 “시장 상황을 보며 추가 대응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