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탄소중립 달성해도 300년간 슈퍼태풍…“탄소감축 없인 위험 계속”

POSTECH, 400년 기후 시뮬레이션으로 정책 한계 확인

2025-08-10     김수정 기자
▲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해도 강력한 태풍과 폭우의 위협은 수백 년 동안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충격적인 전망이 나왔다. ⓒ포스텍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해도 강력한 태풍과 폭우의 위협은 수백 년 동안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충격적인 전망이 나왔다. 기후위기 시대에 전 세계가 내세우고 있는 탄소중립 목표만으로는 극한 기상재해를 근본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의미다.

민승기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환경공학부 교수 연구팀(문민철 연구원 포함)은 전 지구를 대상으로 한 400년 기후 시뮬레이션 연구를 통해 탄소중립 정책의 한계를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후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파트너 저널 기후와 대기과학(npj Climate and Atmospheric Science)’에 게재됐다.

400년 기후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탄소중립·탄소감축 두 시나리오를 기후 모델을 이용해 미래 시나리오로 설정했다.

하나는 전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이고, 다른 하나는 여기에 더해 대기 중에 이미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적극적으로 제거하는 탄소감축(탄소 마이너스) 시나리오를 400년에 걸친 장기 변화로 시물레이션으로 가정했다.

연구팀은 단순히 2050년 목표 달성 이후 10~20년 수준의 단기 전망이 아닌, 수 세기에 걸친 지구 기후 시스템의 반응을 살펴본 것이다. 결과는 탄소중립만으로는 태풍 위험이 줄지 않았다. 북반구에서는 태풍 수가 다소 줄었지만, 남반구에서는 오히려 늘어나는 태풍의 발생 위치와 빈도가 달라지는 ‘비대칭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고 이 현상은 무려 약 300년 동안 지속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태풍의 총 수는 줄어도, 한 번 발생하면 훨씬 강력하고 위험한 형태로 바뀐다는 점이다

반면, 탄소감축 시나리오에서는 상황에서는 대기 중 탄소를 제거하며 온실가스 농도를 줄이자, 북반구와 남반구의 태풍 활동 비대칭은 약 200년 만에 해소됐다. 태풍의 강도와 극한 강수 현상도 눈에 띄게 완화됐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통해 단순히 배출을 멈추는 탄소중립만으로는 부족하며, 이미 대기에 쌓인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적극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승기 교수는 “탄소중립을 달성하더라도 강력한 태풍과 극한 강수의 위험은 수 세기 동안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서는 탄소감축과 같은 적극적 기후 대응 전략과 지역별 맞춤형 대책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탄소중립이 아닌 ‘탄소 마이너스’가 필요하다는 기후 정책의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한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지원사업과 기상청 기후 및 기후변화 감시·예측정보 응용 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에서 태풍뿐 아니라 폭염·가뭄·한파 같은 다른 극한 기상현상도 장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해, 탄소중립 이후의 지구 기후를 예측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