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 ‘5번째 중대재해’…협력사 직원만 200명 넘게 다쳤다

정희민 대표 사퇴했지만 ‘위험의 외주화’ 현실 여전...기록사고자 매년 증가…“중대재해 책임, 외주업체 전가 말라”

2025-08-06     강신윤 기자
올해만 다섯 번째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가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희민 대표이사가 공식 사퇴했지만, 구조적 안전관리 부실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최근 3년간 포스코이앤씨 건설현장에서 ‘기록사고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협력업체(하청) 근로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계는 “실질적인 안전 책임은 원청에 있으면서도 위험은 외주화하는 고질적 구조가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에 따르면 ‘기록사고자’란 근로 중 사망, 의식상실, 결근, 응급처치 이상이 필요한 부상을 입은 중대 사례를 말한다.

일반적인 산재 지표보다 범위가 넓으며, 산업안전보건법상 보고 의무가 있는 수준의 사고다.

포스코이앤씨에서 기록사고자 수는 2021년부터 매년 증가했다.

지난해 기록된 209명 중 208명이 협력사 소속 직원이었다.

포스코이앤씨 소속 임직원은 단 1명뿐이었다.

포스코이앤씨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3년간 기록사고자 중 원청 소속 피해자는 단 한 명도 없던 해도 있을 정도다.

이 같은 수치는 사실상 포스코이앤씨의 ‘위험의 외주화’ 실태를 수치로 입증하는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현장에서 하청 근로자들의 안전 관리 책임이 실질적으로 미비한 상태에서 원청은 관리·감독 책임을 면피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정희민 대표는 5일 공식 사의를 밝혔고, 후임으로 송치영 포스코홀딩스 안전특별진단 TF 팀장(부사장)이 6일부터 대표직을 맡는다.

노동계는 단순히 CEO가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포스코이앤씨는 작업 중단과 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도 불과 엿새 만에 또 사고를 냈다”며 “진짜 쇄신은 협력사 안전예산 확대, 위험작업의 직접고용 전환 같은 구조적 조치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가 건설업계 전반에 ‘중대재해 안전 경영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