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 수백억원 투입해 ‘주차장 왕국’ 조성… 무상 운영, 세수 확보 역행
7년간 공영주차장 84% 늘어...1면당 최대 3000만원 예산...인구 감소 속 주차장만 급증...무상 운영에 수익도 없는데...‘세금 낭비’ 거센 비판 여론
영천시가 최기문 시장 취임 이후 주차장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어 ‘주차장왕국’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본지가 영천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시가 소유 및 임차해 운영하고 있는 주차장은 전체 118개소, 5833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 시장 취임 전 영천시의 주차장은 64개소, 주차면수는 4291면에 불과했는데 최 시장 취임 날짜인 2018년 7월 이후 영천시가 추가로 소유·임차한 주차장이 54개소(84.37%)에 1542면(35.93%)이 더 늘어난 것이다.
영천시가 이처럼 조성한 공영주차장은 대부분 무상으로 운영되고 있어 세수 확보에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무슨 이유로 수백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들여 주차장을 늘리는지에 대한 의문만 증폭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영주차장은 교통 및 주차난 해소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조성에 근거가 있지만 인구 및 차량의 증가 없이 무작정 늘릴 경우 조성·관리비가 만만치 않아 자칫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
본지는 영천시가 주차장을 늘린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통계청에서 영천지역의 인구와 자동차 등록대수 현황을 분석해봤다.
먼저 인구의 경우 2015년 1월 10만704명에서 2018년 7월 10만186명으로 518명(-0.51%)이 줄었고 현재(2025년 5월)는 9만7031명으로 3155명(-3.14%)이 더 줄었다.
같은 기간 자동차 등록대수의 경우 2015년 1월 5만1687대에서 2018년 7월 5만8676대로 6989대(13.52%)가 늘었고 현재는 6만6155대로 7479대(12.47%)가 더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인구는 줄어든 반면 자동차 등록대수는 늘어나 주차장 필요성의 근거가 될 수는 있지만 2018년 7월에서 현재까지 차량이 12.47%가 늘어난 반면 주차장은 84.37%, 주차면수는 35.93%로 차량보다 과도하게 늘어난 측면이 강하다.
본지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영천시가 주차장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예산을 들였는지 확인하려고 했으나 시가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며 비공개했다.
이에 등기부등본으로 일부 필지를 확인한 결과 79면이 설치된 망정2 공영주차장의 경우 영천시가 29억2366만원을 들여 매입했는데 조성비용을 제외해도 1면에 37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 셈이 된다.
2018년 7월 이후 임차 제외 영천시가 매입해 조성한 주차면수는 총 1178면으로 이를 대입해 1면 매입에 3천만원의 예산을 필요하다고 가정할 시 7년 동안 353억4천만원이나 소요한 것이다.
행정 전문가 A씨는 “전반적으로 시군에서 주차장을 늘리는 경향이 확인되고는 있지만 영천시의 경우는 더욱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구나 관광객이 크게 늘어난 것도 아닌데 예산 낭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주락·채동규 기자